대관령 선자령.
평내새마을금고에서 마을금고를 이용하는 회원들께 환원하는 마음으로 한달에 한번씩 산행을 한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회비 15000원을 내는 사람 선착순으로 전세버스를 이용해서 산행을 하는데
늘사랑산행팀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합류를 했다.
대체적으로 평내동 근방으로 천마산과 백봉산을 중심으로 가끔 전철을 이용해서 가평으로 가기도 하고
가끔 최광희집사님 봉고차를 이용해 먼곳으로 가기도 하지만 새마을금고와 함께 하는 산행이 가장 좋은듯 하다.
새마을금고팀과 함께한 산행은 백운산, 계족산, 가은산, 석용산 등 우리가 쉽게 가질 못하는 산이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전문적으로 답사를 하고 이끌어가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감탄한다.
올해 첫산행으로 대관령 선자령이라고 할때부터 마음이 들떴다.
마을금고 전무님이 우리교회 장로님이시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산을 추천하는 분은
늘사랑산행팀 대장이며 가이드로 임명받으신 임상희집사님이시기도 하다. ㅋ
황새장로님 블러그에서 선자령을 구경했을 때,
유난하게 쌓인 눈과 그보다 더욱 유난하던 바람은 남양주에 앉아서도 느낄 수가 있었기에
설렘반 두려움 반이었다.
약속한 날을 앞두고 두세번을 보낸 문자에 '단디 준비하라'고 부탁한 탓인지,
토요일아침 만난 자리에서는 누가 누군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다.
급기야 최희천장로님이 하신 말씀,
'이거야 원, 시베리아를 가는 것도 아니고..'
뒤집어쓰고, 덮어쓰고, 칭칭감고, 그것도 모자라 모자까지 심마니형이다.
대관령의 바람이 얼마나 드셀까싶어 주현이에게 모자까지 빌리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플러까지 준비를 했는데 그것도 부족한지 기어히 신랑까지 따라 나선다.
올겨울에는 그 흔하던 눈이 보이질 않던데 대관령휴게소에 이러르니 온통 새하얀 눈이다.
언제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는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눈이 이렇게 내리는 까닭에 포기하지 않고 평창동계올림픽을 끝까지 놓지 않았었나 보다.
등산을 시작하기도전에 눈에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멋진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든다.
바람개비라며 하나씩 들고가자는 내 말에 모두들 웃는다.
날씨가 얼마나 잠잠한지 빙빙 돌아가야 할 바람개비들이 얌전히, 놀다가 지친 장난감처럼 얌전히 있다.
날려갈 것 같은 바람이 기다릴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겨울햇빛은 두꺼운 모자를 민망스럽게 한다.
여기저기 아이젠을 착용하느라 구부린 모습인데, 눈이 미그럽지를 않아서 맨살의 등산화로 시작했지만
정상아래까지 별 무리가 없다.
눈쌓인 겨울산을 찾아서, 눈 쌓인 선자령을 보기 위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갈래길마다 두툼하게 준비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누가 누군지 모르게 나도 모르게 다른 팀에 끼어 들기도 하고, 다른 팀들이 우리팀에 끼어들기도 했다.
지나는 사람들 입에서 들리는 말은 '오늘은 날씨가 특별하다, 공짜로 선자령을 넘는다'이다.
그렇게 바람이 잠잠하고 날씨는 포근하단 이야기이다.
선자령에서 백두대간이라는 표시를 두고 인증샷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와 점심을 먹는 곳이 하필이면 가장 추운 곳이다.
컵라면으로, 숭늉으로 정신없이 점심을 해치우고 ㄷ시 정상을 돌아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햇볕이 봄볕을 물고 얼음장을 위에두고 흐르는 계곡물은 머잖아 봄이 올테니
다시한번 오시라는 인사를 하는 듯해서 우리는 새봄에,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어나고
푸석하고 건조한 흰눈이 자취를 감출때 다시오자고 약속을 해버렸다.
모처럼 등산을 한 신랑은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리고,
오랫만에 산행을 한 몇몇 집사님들 역시 쉬지않고 마라톤처럼 이어지는 산행에 힘이든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딱~~이다.
경사진 곳이 많은 것도 아니고 너른 평지에는 굴참나무와 여러 키 작은 나무들이 겨울볕에 평화롭고
길게 이어지는 길목에서 부딪히는 어깨에는 남을 배려하며 함께 즐기자는 무언의 약속이 따뜻하다.
어쩐지 봄이오면 오늘의 약속을 어겨선 안되리란 생각을 하게된다.
대관령 선자령,
푹푹 쌓인 눈,
가득하게 메워진 사람과 사람들,
빈산에서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오가는 사람들을 반겨주는 나무들,
함께 나누며 함께 웃던 다정하고 정겨운 시간들..
새봄에 다시만날 것을 약속하며
선자령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