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낙도선교(해남 상마도)

여디디아 2010. 7. 12. 14:12

 

 

 

 

 

 

 

 

 

 

 

 

 수요일..

오늘은 주민들을 초청하여 마을잔치를 하는 날이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청년들은 교회안을 꾸미고 인홍이가 나를 도와 야채를 씻어준다.

수돗물은 찔찔.. 그나마 밖에서 틀면 안에선 나오질 않는다.

가스렌지는 한쪽은 불이 켜지질 않고, 냉장고는 사용할 수도 없다.

씽크대는 좁아서 도마를 올리고 김치를 썰 공간도 없어서 도마를 사용할 때는 가스위에 있는 것을 바닥에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둘이서는 서 있을 수도 없다.

수돗물은 찔찔 흐르는데 바닥은 물로 흥건하다.

아이스박스에서 얼음이 녹아내리고, 냉장고에서 물이 새고, 씽크대 뒷벽에서도 물이 새어나온다.

바닥은 나일론장판이라 미끄러지기 딱 좋다.

 

잡채와 샐러드와 닭백숙을 해야 하는데 대략난감이다.

다행히 밖에 가스렌지를 연결하는 도구가 있어서 닭을 삶기로 하고 교회입구에서 일회용 부탄가스를 켜고 볶아내기로 한다.

파프리카와 당근과 양파와 사과와 참외와 오이와 감자와.. 등등..

 

사과, 참외, 햄, 오이, 당근. 맛살을 넣고  버무린 사라다는 그런데로 모양을 갖추고,

빨강, 노랑, 주황색의  파프리카를 넣고 부추를 넣고 당근과 버섯, 돼지고기를 볶아서 만든 잡채는 맛이 일품이라고 청년들이 부추긴다. 다행히 주민들도 잡채맛이 최고!!라며 칭찬을 하셨다.

시원찮은 가스불로 5~6시간을 황기와 대추와 마늘을 넣고 끓인 닭백숙이 흐물거릴때쯤, 동네 주민들이 하나씩 모이기 시작했다.

교회안 의자를 밀어붙히고 바닥에 비닐을 깔고 음식을 차려내었다.

닭과 샐러드와 잡채와 떡 그리고 수박과 바나나까지 차려내고보니 그럴싸하다.

닭 한마리가 많다며 나누어 드시고는 한마리는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30여명의 주민들중 두어분만 빠지고 모두가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신다.

 

식사를 마치고 한사람씩 돌아가는데 갑자기 신옥이가 뛰어나오며 외친다.

"아저씨, 제가 바래드릴께요"라고..

"뭐? 이게 무슨 소리야?"라며 깜짝 놀라는 나에게 낮에 초대할 때 돌아가실때는 꼭 바래다드리기로 약속을 했단다.

황급히 달려가는 신옥이를 큰소리로 불러 세웠다. 가지말라는 내 말에 약속을 지켜야한다며 뛰어가는 신옥이를 겨우 붙잡는다.

평소 학교와 교회밖에 모르는 청년들, 특히 지혜와  신옥이는 세상을 잘 모르는 청년들이다.

물론 별일이야 없겠지만, 그 아저씨를 바래다드린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 동네에 살고계신 아저씨는 어느 모퉁이에 돌이 어떤 모양으로 얹혔으며, 어느 꽃이 어느시간에 폈다 오므리는지도 알고, 어느집 담벼락에 무슨 꽃이 무슨 색으로 몇송이가 피어나는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을 데려다 드리다니..

내가 할 일이 이것이구나..싶어서 애쓰고 따라온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싶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팔토시를 하나씩 드리고, 교회에서 가져간 치약과 샴푸와 여러가지 생활용품과 옷을 나누어 드리니 모두가 좋아하신다. 먹고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지, 그 자리에서 헌금봉투를 찾아 지폐를 넣어주시는 분들도 서너분 계신다.

어쩐지 "공짜로 먹지 않는다"는 표시같아서 흠칫한다.

 

주민잔치를 마치고 강평회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여전히 바닥은 눅눅하고 차갑고 냉기가 올라  춥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기절이다.

 

주민들이 모두 오셔서 맛있게 드셨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것뿐이다.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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