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제주올레길을 걷다!!

여디디아 2010. 5. 2. 22:40

4월29일 셋째날~

2박 3일이 이렇게 짧을줄 몰랐다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말이 아침임을 알린다.

일찍 도착하기로 한 랜트카와의 약속시간으로 인해 짐을 챙기고 다시 일정을 소화하려는 아침의 분주함속에는 돌아갈 그리운 집이 약속되어 있어 더욱 아쉽고 설렌다.

일찍 짐을 챙기고 지하로 내려가 선물을 준비하고 프로트로 가서 계산을 치른다.

24평 2박, 추가인원 2명, 부가세 포함 272,000원.

 

다리가 아프시다는 분들이 계심으로 오늘은 관광을 택했다.

외돌개와 15코스 절반을 걸었으니 제주도의 문화와 삶의 모습, 자연의 모습을 파악했으니 오늘은 랜트카로 아름다운 제주의 몇몇곳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이것을 대비하지 못한 나의 실수~~

12인승 봉고가 도착했다.

사람은 상대방을 파악하는데 8초가 걸린다고 했던가.

무슨 그리 긴 시간을...

단 1초만에 파악이 되어버린 기사분.. 아..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듯한 인상이다.

기대에 어긋남없이, 기대에 부응코저 차에 오르자마자 '누님 ..'으로 시작한 입은 좀체 다물어지지 않을뿐만 아니라 실없는 말을 농담이라고 주워담는다. 인상으로부터 이미 맛이 간 나는 대답하기도 싫어지고 은근히 일어나는 짜증을 다스리기에 급급할 뿐이다. 

제주 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싶다고 했더니 기다린듯이 산굼부리로 향한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잘 정리된 산굼부리를 관람하며 '잘왔다'는 마음에 3000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산굼부리를  나와서 '선녀와 나뭇꾼'이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입장료가 7000원이라니... 기가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거란 말과 달리 옛사람들의 생활관이 그대로 재현이 되어 있지만 우리가 원한 곳은 결단코 아니다.

70년대의 삶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라고 하지만 짜여진 공간속의 관광은 답답하기만 하다.

건성으로 한바퀴를 돌고 일행보다 먼저나온 나는 기사아저씨를 불렀다.

'비싼 입장료에 이런 것을 보고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제주의 자연을 보기를 원한다'며 그동안의 불평을 한번에 담은 얼굴로 아저씨를 몰아부쳤다.

'뒤에 계신 형님께서 옛날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보고싶으시다고 하셔서'라며 나름대로 변명을 한다.

'옛 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보여주시죠'라고 하신 임희택집사님의 말씀 때문이라고 한다.

그건 성읍민속마을이라고 다시 쏘아부치고 이제부턴 내가 말하는데로만 가야한다며 새찬 모습을 보이니 기세좋던 아저씨가 한풀 꺾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입장료가  아까워 죽겠다. (덕분에 딱 그만치의 계산착오가 났다). 

 

한림항에서 둘째날 저녁을 회로 먹자던 계획 차질로  오늘 점심을 회로 먹기로 했다.

港이나 해녀촌에서 회를 먹고싶다고 하니 거리상으로 불가능하단다. 

성산포로 가서 성산일출봉앞 '전망좋은 집'에서 회를 먹으니 역시 싱싱한 생선이라 쫄깃하며 달콤하다.

점심식사후 성산일출봉 입구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일출봉을 오르자는 팀과 다리가 아프니 싫다는 팀의 의견에 구경만 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성산일출봉의 장엄한 모습을 떠나 섭지코지로 향했다.

여전히 제주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이고  하얀 파도는 비누거품처럼 풍성하다.

섭지코지에 오니 지난여름 가족들과 함께와서 사진을 찍고 웃던 기억이 새록하게 떠오른다.

몇시간후면 다시 만날 가족이 못내 그립다. 다시한번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올인'과 '주몽' 등 드라마와 영화의 무대로 이용된 섭지코지,

바다위로 길게 이어진 오롯한 길가엔 꽃잔디가 이쁘게 피어있고 이름모를 풀과 꽃이 가득하다.

절벽아래로 여전히 검은 돌들이 파도로 세수를 하고, 온갖 해산물이 부산물로 널브러져 있다.

아름답고 어여쁜 제주도의 모습이 함축된 섭지코지, 펑화롭고 질서가 정연하고 약속이 지켜지는 듯한 제주도의 안정된 모습이 섭지코지에 그대로 배어있는 듯하다.

 

섭지코지를 나와 성읍민속마을에 들러 제주 사람들의 생활을 엿본다.

똥돼지(지금은 흑돼지라고 강조한다)와 정한수를 떠놓고 무사하기를 빌던 어머니들의 손비빔의 자리,

물항아리와 물지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말뼈로 만들어진 영양제와 오미자茶를 맛보여 준다.

결국 말뼈가루와 오미자차를 판매하는 곳임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하면 먹지도 않는 센스~~ ㅋ

민속마을을 나와 고사리를 꺾으라며 데리고간 한적한 야산,

'손에 쥔 비닐봉지가 작아서 담을 수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하며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아무리 보아도 고사리는 없다.

'고사리가 없는 곳에 우릴 데려왔나보다' 며 포기를 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마음에는 아쉬움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집에 대한 

기쁨이 꿈틀거린다.

 

제주공항에서 표를 받고 비행시간을 기다리려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꼼짝할 수 없는 무력함이 온 몸을 감싸지만 최선을 다하여 평내까지 모셔야한다는 사명감에 다시금 나를 세운다.

이스타항공기에 오르자마자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안내방송이 들려 정신을 차리니 이미 김포공항에 도착한다는 소식이다.

 

피곤한 몸이지만 충만한 마음을 안고 돌아온 평내,

함께함으로 더욱 감사하고 기뻤던 여행,

돌아올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한 여행,

성긋한 웃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신랑의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접어둔 마음 한가닥이 온전히 평안해진다.

 

함께 했던 사랑하는 교우들..

당신들로 하여금 행복했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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