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제주올레길을 걷다!!

여디디아 2010. 5. 2. 21:03

'한번의 여행은 백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했었나.

토요일마다 함께 산행을 하는 평내교회 늘사랑산악회에서 제주올레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가을쯤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느날엔가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번 다녀왔다는 나의 말에 모두가 밀어붙이기를 하듯이 '한번 가자'라는 의견이 나왔고 새해가 되고 봄이오기를 기다린 듯이 올레길을 가자는 성화가 이어졌다.

 

장로님과 권사님 그리고 집사님 4부부가 참여하였고 날짜가 맞지않은 양경선집사님의 불참으로 이경자집사까지 삐걱거릴까봐 '단체이므로 취소 불가'라는 엄포성 문자까지 보내어야 했다.

한번 다녀왔다는 이유로, 산악회 총무라는 거창한 직책으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게된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솔자가 되고 가이드가 되었다.

살짜기 다녀오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목사님께 보고를 하고, 목사님은 구역장공부시간에 산악회팀의 활발한 모습을 말씀하셨고 이로인하여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한 '제주올레길 걷기'는 평내교회가 떠들썩할 만치 소문이 나고야 말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건네오는 인사에 부담이 느껴지고 가능하다면 빠지고 싶은 간절함이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보다 크고 말았다. 

 

4월27일 아침,

지난밤에 내리던 비가 그친듯 하여 무거운 마음이 즐거워져 출발을 하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마치터널을 지나니 아예 여름날의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빗줄기다. 교회에 도착하니 이미 일행들이 들뜬 마음과 비를 향한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나를 기다린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고 또는 끌고 교회에서 간단한 기도를 마친후 공항으로 출발하며 '제주도엔 비가 오지 않을거야'라는 기대가 간절한 바래움인줄 이미 알고 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이스타항공에서 비행기표를 받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거두는 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이드의 역할이 시작되었다.

이스타항공에 몸을 실으며 난생 처음 타는 비행기라며 설레이는 마음과 오래살고 볼 일이라는 부푼 마음과, 지도의 끄트머리에 동그랗게 그려진 제주도에 대한 기대가 하늘위에 펼쳐진 항공로처럼 마음을 달뜨게 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가 잦아들며 기다렸다는듯이 일행을 맞이한다.

5명씩 탈 수 없겠느냐는 질문에 뻔한 대답은 '안된다'이다.

'부부가 함께 행동하세요'라는 부탁속에는 남편들이 아내를 보호하시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3대의 택시에 나누어 탄 우리는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제주새마을금고연수원'에 같은 시각에 도착을 했다.

 

숙소에 짐을 부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7코스로 향하기 위하여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마침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온다.

50미터앞에서 목격한 나는 모자를 벗어 흔들며 '아저씨'를 외치며 빛의 속도로 버스를 향하여 달린다.

다행하게도 우리를 목격한 기사분이 버스를  세워 일행을 태워주신다.

'이 차 못 타셨으면 1시간 기다려야 했어요'라는 말씀을 들으며 안도의 한숨이, 고픈 배를 위로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외돌개 입구에서 내린 일행은 제주도의 푸른바다보다, 포말처럼 부서지는 흰파도보다 고픈 뱃속이 우선이다.

분명 입구에 식당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눈을 비벼도, 미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다시보아도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배가고파 죽겠다'는 찡그려진 인상을 보니 문득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는 이스라엘 백성이 '차라리 애굽에다 우리를 두지'라며 불평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모세, 딱 그 꼴이다. ㅠㅠ

 

없는 식당이 꼭 내탓인것 같아서 미안해하며 가방에 든 간식을 꺼내시라고 하니 미리 준비한 초코파이와 초코렛이 나온다.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초코파이를 먹고 초코렛을 먹고 생수를 들이키니 이제서야 기운이 솟는 듯하다.

외돌개를 감싸고 있는 바다앞에서 그제서야 탄성이 쏟아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구비구비를 돌아설 때마다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보며 감탄을 하고, 부딪쳐오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미소도 지어보고, 바다를 배경으로 신혼부부처럼 사진을 찍으며 이국적인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쯤 정신줄을 놓는다.

외돌개를 빠져나갈 즈음, '해운대가든'이란 식당이 그제서야 보인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식당은 한가하고 식당앞의 봄꽃은 자북하게 졸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오분작뚝배기와 된장찌개를 다섯개씩 주문하며 부부끼리 함께 드시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고픈 뱃속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포만감이 느껴지는 뱃속은 실없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식사전보다 더욱 감탄하며 제주의 길을 걷고 또 걸으며 무성한 유채꽃에 감사하고 화려한 자줏빛의 무우꽃에 감사한다.

벚꽃이 한창인 평내였는데 제주의 벚나무엔 이미 이파리가 너울성 파도를 닮은듯이 너울거리고 주책같은 코스모스꽃이 어여삐 피어있어 눈길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김용순권사가 어디서 발견했는지 설익은 복분자딸기를 따서는 나누어 준다.

야자수가 무성한 곳에서 돌하루방을 배경으로 신혼부부의 사진을 찍으며 '오늘밤 따로 방을 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경자집사의 너스레에 배꼽을 잡아본다.

 

길게 이어지는 바닷길을 걷고 한적한 들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익숙한 풍림리조트가 눈앞이다.

지난여름 김주영선생님과 밤이 맞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문학을, 사랑을, 인생을 이야기하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풍림리조트에서 오늘의 걷기를 마치기로 하니 돌아갈 차편이 걱정이다.

리조트 입구에서 대기중인 택시기사분께 애월까지 택시비가 얼마인가 여쭈니 3만원이 좀 넘는단다.

아저씨께 은밀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니 8인승 택시를 불러주신다.

5만원에 합의를 하고 좁은 공간에 서로의 몸을 포개고보니 어쩐지 마음까지 함께 포개어지는 듯하다.

 

오늘저녁 메뉴는 제육복음이다.

지난가을에 열심히 줍고 말리고 빻아둔 도토리가루로 묵을 쑤어온 곽남숙집사,

도토리묵 무침과 제육볶음과 멸치볶음으로 차려진 푸짐한 저녁식사,  함께 모여서 하는 식사는 또한 꿀맛이다.

오늘 설겆이는 장순태집사님이 하시겠다니.. 감사할 밖에.

 

식사를 마치고 이용규장로님의 인도로 예배를 드린다.

찬송을 하는데 성령님의 임재하심이 뜨겁게 느껴진다.

큰 소리로, 성령에 충만하여 찬송을 부르고 빌립보서를 침침한 눈으로 합독을 했다.

잡신이 무성한 제주, 복음의 기쁜소식이 무딘 제주,

이곳을 통하여 이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소식이 번져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허리가 아파 침대가 아니면 잠을 못잔다'는 박영자권사님께 침대를 양보하고, 남은 침대는 왕소춘권사님께 권한다.

온돌방에서는 이경자집사와 김용순권사가, 다리가 아픈 곽남숙집사와 갱년기의 답답증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나는 거실을 차지한다.

밤이 깊어가는데 여자들의 이야기는 제주도의 파도소리만큼 멈출줄을 모른다.

잠이 오지 않는 어린아이가 이방 저방을 해실거리듯이 이경자집사가 딱 그 모양이다. 

침대에 가서 주무시는 모습을 관찰하며 손바닥을 두드리며 웃는가 싶더니, 거실에서오지 않는 잠을 내일을 위하여 불러들이는 우리이불속으로 다리를 디밀며 웃어젖히고, 다시 온돌방에 들어가 까르륵 소리를 내며 웃는 웃음사이로, 제주에서 맞이하는 첫날밤은 낮에 우리가 보았던 푸른바다처럼 푸른새벽을 몰고 슬금슬금 깊어간다.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길을 걷다!!  (0) 2010.05.02
제주올레길을 걷다!!  (0) 2010.05.02
팔봉산  (0) 2009.09.03
가족여행-제주도를 가다  (0) 2009.08.03
가족여행-제주도를 가다  (0) 2009.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