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된 얼굴 폼 잡으라고 하니 순순히..
두번째는 억지로...
사랑하는 주현아!!
생일을 축하한다!!
26년전 내게 엄마란 이름을 붙여주고 내가 모르고 살았던 인생의 길목들을 하나씩 하나씩 걸어가게 해준 것이 너로구나.
첫돌을 맞이하는 일도, 유치원에 입학하던 일도, 늦도록 오줌을 싸서 마음고생을 시키게 하던 일도,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도, 소풍을 가던 날의 설레임도, 운동회를 앞두고 미리 달리기를 해보던 즐거움도,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우뚝한 모습으로 내게 서던 날, 군입대를 앞두고 초조해 하던 긴 밤들, 입대하던 날의 두려움과 눈시울가득 담겼던 눈물들, 첫휴가와 제대까지...
살아가는 과정이 이런 것이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 준비해야 하는 것들,
꼭 해야 하는 일과 대충 넘어가도 좋은 일,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고 반드시 정직해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것,
그런 모든 일들을 너로 통하여 배우며 또한 익히다보니 어느새 나는 중늙은이의 자리에 앉았다.
해산의 고통이 다시 나를 엄습하는지 어제와 오늘, 녹작지끈한 몸과 맘이 만사를 귀찮게 하고 자꾸만 드러눕고 싶게 하고 육신의 구석들이 몸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몹시도 거북하게 만든다.
아침부터 "낳아줘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엄마와
"나와줘서 고맙다"라고 되레 인사하라는 너...
다른집 아들들은 자기생일에 수고한 엄마에게 꽃도 안기고 선물도 드린다는데 우리아들은 도리어 큰소리를 치니 어쩌면 좋을꼬?
결국 사랑한다며 26년 묵은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으로, '수고했어요'라는 말로 슬쩍 웃어주는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구나.
주현아^^*
여기까지 잘 자라주고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이제 취업을 하고 세상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너도 너의 울타리를 만들테지?
그러고나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네 아이를 통하여 세상살아가는 이치를 터득하게 될테지?
그때쯤이면 엄마의 마음도 온전히 알아지리라..
사랑하는 주현아^^*
하나님을 바로 앎으로 예배의 기쁨이 있기를 기도할께.
취업의 문도 활짝 열림으로 청년실업자가 득시글거리는 때에 일할 수 있는 기쁨이
있길 바래며 건강하며 좋은 아들, 좋은 친구가 되기를 기도할께.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