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북한산

여디디아 2009. 9. 4. 09:56

 

 

 

 

 

 

 

 

 

 

 

 

 

 

 

 

 

 

 

 

 

 

 

 

 

 

 

 

 

 

 

 

 

 

 

 

 

 

 

 

 

희한한 일이다.

그동안 그 많은 세월들을 어떻게 참으며 직장생활을 했을까.. 싶어진다.

주어진 자유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또 전혀 심심하지 않고,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즐겁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뒷산을 걸으며 새롭게 주어진 아침과 하루를 감사하며,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과 내가 살아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한다.

 

매주 토요일에 있는 산행에 동참하지만 어쩐지 그것도 부족하여 여집사들의 옆구리를 찔러 주중에 다시 산행을 시도하기도 하고.. 다행히 모두가 기다렸듯이 즐거워하다니..

'이번엔 우리끼리 어느 산으로 갈까'라고 하는데 막내인 남필희 집사가

'언니 우리 북한산 가요!!'..

 

아니.. 저것이 겁도 없이..

누군가 말려주길 바라지만 말리긴 커녕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이다.

북한산으로 가자고 잠정 합의는 했지만 가야할 길이 멀고.. 코스도 어려운데 걱정이다.

남필희집사가 말을 꺼낸후에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남편 임상희집사님을 꼬집어서(?) 하루 휴가를 내어 우리를 안내하겠다고 선선히 응하셨다니.. 감사할 따름이고..

 

북한산.

송추입구에서 백운대를 바라보니 아득할 뿐이다.

저 꼭대기에서 손을 뻗으면 하나님과 손을 맞잡을 수도 있겟다는 생각을 하며 저기까지 오를 수 있으려나 내심 걱정이 된다.

밤골에서 시작한 코스는 오솔길을 걷는 재미로 '북한산도 별거 아니구나' 싶은 고소함까지 속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오르길 한시간여..

잠시 숨을 돌리고 간식을 먹고 다시 시작하자는 임집사님.

 

간식을 먹고 임집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본 북한산.. 오 마이 갓~~

눈에 보이는건 숲이 아니요, 오솔길은 더욱 아니요, 자갈밭은 더더욱 아니요..

오직 바위만이 가득하다.

평평한 바위라면 얼마나 감사할까만 경사진 바위에 동앗줄도 없다.

마음을 다잡고 시도한 바위오르기, 임집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허리를 구푸리고 45도 각도로 몸을 낮추고 신발의 앞부분을 디디며 오르지만 마음은 벌벌 떨고 있을 뿐이다.

4명의 여전사(?)중에서 가장 약한 모습의 김용순권사님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용감하게 나도 오르고.. 뒤돌아보니 남필희집사가 무서워서 오르질 못한다.

지난번 불암산에서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와 나보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였던 남집사.. 벌벌 떨어대는 모습에 남편인 임집사님이 배낭을 벗어두고 구조한다.

 

서울쪽에선 보이지 않는다던 숨은벽..

왜 숨어있어서 우릴 이렇게 고생시키는지.. 원.. 

숨은벽을 바라보며 커다란 바위위에 서니 한명씩 증명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한다.

눈을 돌리면 천길의 낭떠러지이고 앞을 보아도 위태로운 바위뿐인데..

팔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얼굴은 아닌척 얼른 폼을 잡고 증명사진을 꾹~~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를 연발하며..

 

대동샘에서 다시 간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백운대를 향하여 돌진이다.

너무 많이 쉬었나..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 여간 아니다.

한시간여를 오르니 그토록 아득하던 백운대가 눈앞에 있다.

바위에서 바위로 연결된 줄을 잡고 정신없이 백운대를 오른다.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만나면 서로가 몸을 비키고 양보를 하며 배려하는 모습은 참 따뜻하다.

 

마침내 오른 백운대.

쳐지면 짐이 되는 사실을 앎으로 나 하나만 잘 건사하면 된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올라오니 일행은 저만치 밑에서 헉헉대며 오르고 있다. 미안한 생각과 내가 이기적이구나 하는 마음에 잠시 반성을 해본다.

 

백운대..

하늘 바로아래에서 커다란 바위를 머리에 얹은채, 좌우에 인수봉과 만경대를 껴안으며 아래로는 원효봉과 상원사.. 를 내려다 보며 기품있게 자리잡은 백운대.

정상에 기미년 삼월일일 독립선언을 기념하며 바윗돌에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세월의 흐름속에 많이 마모가 되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질 않는다.

사각형의 보호막을 쳐놓은 자리에 사람들이 들어가 쉬는 것을 보고 임집사님이 자세한 설명을 하시니 미처 몰랐다는 이들이 서둘러 빠져나온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세상은 눈이 부시다.

세상을 정복한 것 같은 가슴벅찬 감동이 충만하게 말려든다.

서로를 격려하며 정말 우리가 백운대를 올랐다는 사실에 모두가 기뻐하며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어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쁜지.

'남는건 사진뿐이다'를 떠들며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여기꺼지 와서 앉아서 쉬고가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임집사님의 설명에 커다란 바위에 몸을 앉히고 마치 천하를 얻은듯한 마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란..

 

위문을 구경하고 평평한 곳으로 자리잡은 우리의 점심식사..

꿀맛이어라..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으며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이다.

엉거주춤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물가에 까지 도달했다.

정상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물가에서 등산화를 벗고 하얀 종아리를 들어내어 시원한 물에서 다리참을 한다.

뒤질세라, 후회할세라, 남들이 하는데 동참하지 않으면 안될세라.. 우리도 등산활를 벗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푸니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온다.

 

처음 출발했던 밤골로 돌아오니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일행들에게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고백을 하니 절대로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친다.

'나만 잘 가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 혼자만 올라갔다'며 고백을 하지만 그래도 이기적이었던 행동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관해서 정말 백치인 우리에게 조근조근한 설명으로 북한산과 원효대사와 무학대사를 설명하시던 임집사님,

곳곳에 도사린 위험한 길을 살피며 안전한 길로 인도하신 마음과 배려,

좋은 곳을 놓칠세라 위험한 중에도 카메라에 우리의 모습을 담으신 수고들,

바쁜 시간을 할애해 우리를 위하여 북한산까지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 모습..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내일은 팔다리가 아파서 힘들겠구나'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다.

팔을 흔들어보고 다리를 곧추 세워보아도 별 이상이 없다.

이제 나도 전문 산악인이 되었구나. ㅋㅋㅋ

 

잊혀지지 않는 감동이 있고 감격이 있는 산행이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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