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굴욕

여디디아 2009. 7. 17. 09:07

 

 

흐린 아침입니다.

참으로 특이한 장마가 있다더니..

햇볕이 쨍쨍하여 눈을 뜰 수 가 없는데, 어느곳엔 쏟아지는 비로 인하여 사람이 죽고 집이 무너지고 길이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밤은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겠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날씨는 며칠을 굶은 시어머니의 찌푸린 얼굴 같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미워서 퉁퉁 부어있는 며느리의 못된 속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바보같은 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도 같습니다.

한번 마음 먹었을 때 과감하지 못했던 거,

인간적인 마음인 줄 알고 고만 깜빡 넘어가버린 어리석음,

내 앞에 앉아 함께 대화를 하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성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과 나와같은 마음일거라는 믿음에 한달을 결심한 마음이 이번 장마로 하여 무너진 축대처럼 와르륵 무너지고 말았던 제 마음 같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이었나요?

부장님이 슬며시 제게로 다가오시더니 하시는 말..

'인터넷 끊으라는데..'

'머라고요??'

'공장 인터넷 끊으라고 사장님이 그러시는데 죽겠습니다. 참 내..휴우..'

'..........'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모욕과 모멸감과 수치스러움과 굴욕..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은 터질듯만 하여 아무리 가라앉히려도 잘 익어가는 국솥같이 부글부글 끓기만 합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사장님실로 향했습니다.

'공장 인터넷 끊으라고 하셨나요?'

'그래, 왜? 회사를 위해서 인터넷이 뭐가 필요해? 필요한것 있으면 쉬는 시간에 2층으로 올라와서 검색하도록 해'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요? 아무리 그 정도의 여유도 없어야 하나요?'

'필요없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는것만도 어딘데.. 당장 인터넷 끊도록 해'

'..............'

 

무시당한 마음으로, 터질듯한 마음을 가눌 수 없습니다.

며칠전에는 책도 읽지 말라고..

'이과장, 책이 저렇게 있는것 보면 책 읽는다고 내가 오해한다'..고..

물론 제가 한가한 시간에 책도 틈틈이 읽고 인터넷도 합니다만

근무에 지장을 줄만치 시간을 할애하진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 드라마 이야기할 때, 모여서 과자 먹을 때..

또 일 자체가 컴퓨터를 요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엑셀이나 한글..드라이버.) 

 

 

하나님앞에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은 제게 '거지 나사로와 부자'를 기억케 하십니다.

이 땅에 재물로 하늘나라에 갈 수 없지만 이미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저는 천국에서 영원히 행복하리란 믿음을 깨닫게 하십니다.

부자의 대문앞에서 개의 밥그릇을 핥아먹던 나사로..

지옥에서 나사로로 하여금 혀끝에 물한모금만 적셔달라고 애원하던 부자..

그들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임을 하나님은 깨닫게 하십니다.

 

오늘 인터넷을 끊는다고 합니다.

한편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고 한편 굴욕적인 모멸감을 참을 길 없습니다.

 

사랑하는 블방친구님들..

제가 자주 인사드리지 못하더라도 잊지 마시고 제 방을 찾아주셔요.

퇴근후 집에가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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