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오랫만이야.

여디디아 2005. 3. 28. 17:30

사랑하는 아들 세현군!!

네가 동화고교에 입학한지가 어느새 3년,

동화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긍지, 어딘지 모를 오만함까지 은근히 어깨에 짊어진채로 살아가면서도 정작 네가 공부하는 학교에는 얼굴한번 내밀지 않았던 무심한 엄마이구나.

직장인이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가진채로 단 한번도 학교에 가보질 않았으니.. 부끄럽구나.

오늘 학부모 총회한다고 3교시만 하고 끝난다는 네가 엄마가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해 보이더라.

이제는 더이상 네 학교에 갈 일도 없을테니 오늘은 꼭 시간을 내리라 마음으로 다짐을 했고, 점심후 학교를 향하여 달렸단다.

가끔 아침에 너를 등교시키며 교문앞을 지났고 형이 중학교 다닐때 몇번 가기도 했었기에 낯설지는 않았단다. 

학교급식실에서 어머니들이 꽉꽉 들어선 모습을 보며 10분이 지났을뿐임에도 이미 앉을 자리조차 없는 모습을 보며 내가 얼마나 염치없는 엄마인지..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3학년 12반 교실에 갔단다.

지금껏 7번인줄 알았던 네가 8번이었고 어느 남학생과 다름없이 짖궂은 열여덟살이란걸 확인하며 네 자리에 앉아보았다. 서랍가득하게 문제집이 들었고 낯익은 네 글씨가 나를 기다리더구나.

네 자리에 앉아 서럽에서 꺼낸 수학노트에다 몇자를 썼단다.

수학시간에 네가 엄마의 글을 읽고 깜짝 놀랄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세현아!!

최현탁선생님을 뵈니 참 든든하고 믿음이 가더구나.

학생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1시간30분 내내 슬쩍슬쩍 드러나더구나.

오로지 대학교를 위해서 전진해야 하는 너를 생각하며, 자꾸만 다그치는 나를 또한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세현아!!

학교를 둘러싼 뒷동산을 보며 진달래가 피어나는 모습을 느꼈단다.

긴 겨울을 버티고 참아낸 꽃나무만이 이른봄에 빨간 꽃을 피울테고, 겨울이 춥다고 삶을 포기한 꽃나무들은 꽃을 피우지 못한채 비척거리며 말라갈테지?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니?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훗날 승자가 될 수 있고  활짝 핀 웃음을 웃을 수 있을테지?

세현아!!

난 네가 잘 견디어 낼 줄을 믿는다.

견딜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노력함으로 좋은 결과를 나타내리라 믿는단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항상 앞을 바라보자.

우리 세현이가 지치지 않도록 엄마는 열심히 기도로 도울께.

늘 나의 기쁨이 되는 세현아.

그러기 위해서 늘 건강하도록 하자.

커다란 운동장을 돌아나오면서 네 모습이 어디쯤 있을까 싶어 눈을 돌렸단다.

사랑하는 아들 세현아!!

우리 내년 이맘때는 마음껏 웃자.

웃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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