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비오는 아침..

여디디아 2008. 5. 28. 09:24

사랑하는 세현아^^*

 

비가 내리는 아침이구나.

어젯밤에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단다.

비가 온다는 예고에 거실에서 잠을 잤는데 새벽 3시가 되니 비가 어찌나 심하게 쏟아지는지.

워낙 비를 좋아하다보니 이 아침에 비가 내려도 기분은 좋다만...

훈련받는 너에겐 별로 달갑지 않을테지?

특히 오늘쯤은 행군을 할텐데..

비가와도 여전히 행군을 할테고 여전히 30km에서 거리가 줄지도 않을텐데..

그래도 뜨거운 햇볕에서 땀을 흘리는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물론 짊어진 짐에 무게가 더할텐데..

 

세현아^^*

이제 훈련소의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렀구나.

내일모레면 후반기교육을 받기 위하여 그동안 정들었던 26연대를 떠나는구나.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일지 몰라도 시간이 좀 더 흐르고나면 그래도 많은 추억들이 남겨진 곳이야.

힘들고 지친 곳일수록 기억속에서 오래오래 남아잇는 법이거든.

그동안 편지를 출력해준 선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도록 해라.

하루도 빠짐없이 네게 편지를 전해주며 네게 기쁨을 주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네 훈련의 시간들에 기쁨이 있었고 반가운 설렘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말이다.

무섭고 두려웠던 중대장, 소대장, 조교들..

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말고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헤어지도록 해라.

때론 잔인하고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을지 몰라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퇴소하는 기쁨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음을 기억해라.

후반기교육이 시작되면 지금보단 자유로울까?

아무리 자유로워도 여전히 군대는 군대이고 너는 이제 이등병일 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단다.

 

사랑하는 세현아^^*

그동안 엄마의 편지가 너에게 힘이 되었다면 좋겠구나.

어렸을적부터 워낙 편지를 많이 써서 어느순간부터 별로 감동도 없던거 아니었을까?

이번에 네가 훈련소에 있는 동안 너에게 평생 쓸 편지를 다 쓴 것 같아.

학교 다닐때, 그리고 내가 좀 더 젊었을 때는 편지를 자주 썼는데 어느순간부터 편지도 쓰지 않는 엄마가 되었더구나. 기껏해야 일년에 두세번 정도의 편지만 보냈구나.

앞으로 네가 제대를 하고 다시 대학생이 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여도 너에게 가끔 이렇게 편지를 써야겠구나.

편지를 쓸때는 오로지 나의 아들로 너를 품을 수 있는 오롯한 시간일테니.. 

 

사랑하는 세현아^^*

비가 오면 우리집에 줄줄이 서 있는 우산들이 생각나지?

초등학교때 아빠를 따돌리고 주현이와 너와 셋이서 LG 백화점에서 각자의 우산을 구입한거 기억하니?

비가오길 바라는 마음에 아빠 몰래 우산을 펼쳐 보이곤 했었는데.. ㅎㅎ

참 재밌고 즐거운 기억이다.

내가 워낙 비를 좋아하니 아들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한 것 같아.

 

세현아^^*

오늘도 훈련 잘 감당하길 바랜다.

행군할 때 지치더라도 힘 잃지 말고 꿋꿋한 모습으로 감당하길 바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때 오늘의 힘든 훈련으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음을 생각하며

어떤 상황이든 어떤 환경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귀한 아들이길 엄마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단다.

샬롬 샬롬~~

 

사랑해요^^*

 

5월 28일 비가 내리는 아침에 사랑하는 엄마가 너를 보고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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