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운동화

여디디아 2008. 5. 14. 14:19

사랑하는 세현아^^*

오늘은 모처럼 화창한 날씨이다.

어제는 어찌나 춥던지.

겨울이 다시 오는줄 알았지뭐야.

저녁에 배드민턴 치러 가니까 난로를 피웠더라고..

그런데 오는 사람들마다 난로보고 좋아라~~ 하고 불 주위로 몰려들더라.

오늘은 다시 예전의 날씨로 돌아갔나봐.

오월의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이름없는 풀들까지 쑥쑥 자라는 걸 보니..

 

아침에 네가 보낸 운동화를 곱게 빨아서 널었다.

어쩐지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와 '엄마~~'하며 싱긋한 웃음을 보일것만 같아서 이제껏 미뤄두었거든.

운동화를 내가  세탁해서 집에 가져가면 네가 소파에 앉아서 궁시렁 궁시렁거리며 끈을 매던거 기억하지?

엄마는 운동화 끈도 못매나? 라며..

이젠 군화끈을 매느라 여념이 없을테지?

다음에 집에오면 여전히 엄마 운동화 끈을 매어줄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기억하는 장치를 가졌나봐.

운동화 끈을 매어주던 네 모습,

궁시렁거리며 자잘하게 매어주던 모습,

'엄마도 매듭을 운동화 안으로 밀어넣고 신어'라던 네 말투와 모습,

아빠 운동화까지 내밀자 다시 팽개치며 아빠를 놀리던 네 모습까지..

끈을 하나하나 매어가던 네 길고 게으른 손가락을 내가 참 좋아하는 것.

끈을 매면서도 눈은 티브이를 향하던 네 모습..

그리고 네 안경과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까지..

 

휑하게 일어서서 유유히 네 방으로 가 문을 닫던 모습이며

다시 컴퓨터앞에 앉아서 나를 화나게 하던 모습까지..

샤워를 하면서 소리지르며 노래하던 모습,

그리고 혼자 킥킥거리던 모습...

'아줌마, 커피 한잔 부탁해요'라며 실실 웃던 모습까지..

 

모든게 그립고 보고싶은 모습들 뿐이구나.

 

이제 얼마후면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후반기교육을 받을텐데.

후반기 교육은 가평으로 왔으면 참 좋겠다 싶어서 기도하고 있단다.

후반기교육을 마치고 좋은 부대로 배치받았으면 싶기도 하고 말이야.

그게 엄마의 바램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테지?

함께 훈련받는 친구들과도 이별해야 하는데..

요즘 싸이를 통해서  연결이 되니 훗날까지 좋은 친구로 잘 지내길 바랜다.

 

세현아^^*

훈련은 잘 받고 있지?

형이 내일 수업이 없다고 집에 온다는구나.

너를 보내던 날 보고 처음으로 보는 형이구나.

네가 없으니 집안이 텅 비었단다.

형이 오면 조금 짜증스러워 하던 네가 생각난다.

지금은 아니지?

형은 단 하나의 네 핏줄임을 기억하고 이후로는 더욱 의좋은 형제가 되길 엄마는 바랜단다.

 

사랑하는 세현아^^*

재용이가  11중대 4소대에 있었다고 하더구나.

어디쯤 형이 머물던 곳일까 생각하는 것도 재밌겠지?

성현인 5월26일 입대란다.

28일에 교회갈텐데 만날수 있으려나.. 워낙 커서 말이야.

내가 이향자권사님께 교회에 편지 써놓고 오시라고 했단다.

성현이가 편지를 받으면 네가 볼 수 있으려나.

성현이도 너도 군선교사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며 신앙 잘 지키길 기도할께.

 

세현아^^*

고된 훈련이지만 늘 웃으며 희망을 생각해라.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당당한 모습으로 만나자구나.

반갑고 건강하게 말이야.

 

사랑해.

하늘만큼 땅 만큼^^*

 

샬롬 샬롬^^*

 

5월 14일에 사랑하는 엄마가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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