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중창
나이를 먹음에 따라 해가 바뀜도 둔해져 간다.
이맘때 쯤이면 카드를 준비하고 주소를 찾고 카드를 받을 상대방을 생각하며
마음이 두근거리곤 했는데 언제부턴지 카드 한장 준비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아줌마가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렇지,
불과 몇년만에 내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믿기 싫다.
게으르고 나태한 내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이 고역이다.
아무런 의미도 부여되지 못한 손님같은 11월이 되면 슬슬
각전도회 총회를 생각하게 되고 교육부서의 교사들을 생각하게 된다.
2008년에는 중등부에서 선생님들이 많이 자리를 이탈한다.
이경선선생님이 본격적인 사역을 하시게 되었고
이선일 선생님이 1년간의 교육기간을 끝내고 본교회로 돌아가고(1년간 배우러 왔다고 함)
임덕환 교사가 군복무(방위산업체)에 충실해야 하고
김세현 교사가 군입대를 해야 하고
임정임 집사님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하고..
3번째 아들을 얻으신 박치우집사님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초등부로 가시고..
교육목사님이신 김창수 목사님이 분당으로 부임하시고
중등부 교사를 위해,
여전도회 임원들을 위해,
어쩐지 다른 부서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하게 되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목사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일군을 뽑는 당회를 며칠씩이나 이어지는걸 보며 역시 올해도 만만찮구나 싶어서
누가 어느 자리를 맡게되든 순종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회장을 선출해 놓으면 못한다고 난리를 펴
다음주일에 다시 임원선출을 하는 불순종한 모습들이 각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순조롭게 세워져 목사님도 힘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어제 전도회에서 총회가 있었다.
1년동안 수고한 남편이 회장직을 벗어나는 날이기도 하고..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늘 회계와 서기를 도맡아 하던 나는 여전히 주어진 회계의 자리에
군말 없이 순종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각 전도회에서 선출된 회장님들이 하네 못하네를 하지 않고
순종하는 모습이어서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
일은 아침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월요일 출근을 하고 체조를 하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낯선 전화번호가 뜬다.
씩씩한 목소리로 "여보세요"를 외치는데 담임목사님이시다.
교회가 크고 교인들이 많기 때문에 담임목사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통화할 수가 없다.
'아니, 이 아침에 목사님이 왠일이시지?'
당연히 의아하다.
언제나 조용하신 우리 목사님은 다섯형제분이 모두 목회자이시다.
선친께서 목사님이셨고
다섯아드님이 모두 목회를 하시는 축복의 통로인 집안이시다.
"집사님, 본론부터 말씀 드릴께요.
집사님이 이번에 주일학교를 좀 맡아주셔야 할 것 같아요.
청년2부 부장을 좀 맡아주세요"...
오 마이 갓~~
청년 2부는 26세부터 결혼전까지이다.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나에게 맡기시려 하시다니..
"목사님, 잘 아시잖아요.
제게는 맞지 않은 자리예요. 저는 부족해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요, 제가 집사님을 잘알죠.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어제 당회에서 모든 장로님들이 좋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거절을 해도 목사님은 조용한 웃음으로 밀고 나오신다.
우리 교회는 안수집사님도 많으시고 권사님도 많으시고 젊은 장로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누가 어느 자리를 맡게되든지 순종하게 하소서란 기도는 분명 나를 위한 기도는 아니었다.
어째서 하나님은 여기서 나를 붙들어 매시는지..
거절을 하다하다 더 이상의 거절은 목사님을 힘들게 하고
하나님앞에서 교만해지는것 같아서 순종한다고 했는데..
큰일입니다.
정말 부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런 큰 일을 맡아야 하다니..
어떡해야 하는지요?
제게 오시는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정신이 없고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시기 바라고 특별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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