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밀양

여디디아 2007. 6. 7. 15:47

 

밀양,

전도연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영화,

평소에도 코로 웃는 그녀가 좋았다.

내마음의 풍금에 나왔던 해맑은 전도연이를 잊을 수가 없다.

 

바람이 난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아들 준이를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향한 신애,

'밀양이란 어떤 곳이예요?'라는 물음에 그녀의 곁을 지키게 되는 종찬인

'밀양도 사람사는 곳, 어디나 똑같아요'..란다.

처음보는 신애에게 헌신적으로 다가들며 일일이 챙겨주는 종찬,

처음부터 끝까지 신애를 지켜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종찬이의 과묵한 사랑을 보며

종찬이야말로 신애에게 은밀한 햇살이 아닐까.. 내내 생각했다.

 

아들 준이의 유괴와 죽음으로 신애는 하나님을 만난다.

아들이 죽은후, 마음껏 울부짖지도 않던 신애가 부흥집회에 참여하여

'상처난 영혼을 위한 기도회'에서 피를 쏟아내는 울음을 토한다.

꺽꺽 울어대는 처절한 울음앞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느낀 순간

전도연의 깊이있는 연기가 이렇게 전이되는구나.. 그래서 칸의 여왕이 되었구나..싶었다.

 

신실한 모습으로 하나님앞에서 바로 서고자 하는 신애,

나름대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어느만치 자신이 생긴 신애가

준이를 죽인 범인에게 면회를 가기로 한다.

결코 용서치 못하리란 마음을 하나님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고

신앙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고자 스스로 용서하기로 결심하며 교도소로 면회를 가는 신애,

길가에 핀 들꽃을 꺾어다 범인에게 보이며

교도소안에서 볼 수 없음을 알기에 꽃을 꺾어왔노라 라며 꽃을 내밀며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신애,

하나님의 크시고 귀한 사랑으로 당신을 용서하겠다는 신애에게 범인은 한발 앞서고 만다.

'교도소에 들어와서 주님을 만났고 주님이 나의 모든 죄를 赦하여 주셨기에

평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는 범인의 말을 들은 신애는 기절하고 만다.

 

공평하신 하나님을 신애는 의지했을 것이다.

공평하신 하나님이 살인을 저지른 죄인에겐 특별한 죗값을 지게 하시리라 믿었을 것이다.

살인하지 않고 도적질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은 사람과는

특별한 방법으로 그들을 구원해 주길 신애는 바랐던 것이다.

신애가 용서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먼저 용서받은 범인을 신애는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부터 신애의 신앙은 하나님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진다.

왜 나에게 허락받지 않은채 하나님 마음대로 그를 용서했냐고..

날마다 피폐해지는 신애, 스스로 마귀가 되어가는 신애의 행동을 보며

인간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으리란 측은함이 앞선다.

 

남편을 잃었을 때 신애는 아들의 힘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아들에게 남아있는 남편의 추억으로, 남편의 살붙이로 전해지는 흔적으로

당당하게 살아내리라던 신애에게 아들은 삶의 전부이며 존재의 이유일 수 밖에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아들의 유괴와 죽음앞에서 세상의 어느 어미가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가슴을 쥐어뜯는 신애의 모습에, 과도가 손목을 찔러도 느끼지 못하던 무참함.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지는 신애의 모습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며 솔직한 모습이 아닐까.

 

그런 신애를 지켜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종찬의 모습은 감초처럼 즐겁다.

특히 장면이 바뀌어 인민군처럼 노란완장을 차고 교회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종찬을 보며

남편과 나는 커다란 소리로 웃고 말았다.

주일이면 교회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남편의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신애가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자르는 순간,

하필이면 범인의 딸이 미용사가 되어 신애를 반기고 신애의 머리를 자른다.

미장원을 박차고 나온 신애가 거울을 앞에둔 채 자신의 머리를 자른다.

 

그런 신애에게 거울을 들어주며 이리저리 자세를 잡아주는 종찬,

긴 머리카락을 자르며 길고 긴 설움의 세월을 잘라내길 바래며

흩어지는 머리카락처럼 지나간 세월들의 슬픔을 잊어버린채

새롭게 시작하는 신애의 앞날에 환한 햇살이 가득하게 쏟아지기를 바래는 마음에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채 그녀의 행복을 빌어 보았다.

 

어쩌면 수채화처럼 어여쁘고 은밀한 배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영화를 본후에 밀양으로 달려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밀양의 아름답고 그윽한 배경은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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