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결혼기념일

여디디아 2006. 12. 14. 09:08

                                            - 결혼23년을 기념하며 '샹보르'에서.. -

 

 

1983년 12월 11일, 종로1가 새서울예식장 오후 3시...

 

예식장에서 가장 높은 흰색 슬리퍼를 찾느라 직원들이 아래윗층을 오르락거리

 

고... 신혼여행때 입을 옷을 찾으러 간 동생이 양장점 문이 굳게 잠겨있어 집을

 

찾느라 애타게 석관동을 누비고...(전날 옷에서 하자가 있어 고치기 위해 맡김)

 

예식후 설악산으로 향하던 전세버스에서 멀미가 얼마나 심하던지..

 

양평의 휴게실에서 속엣 것을 모두 게워내고..(신랑이 뽀뽀하지 않겠다고 함)..

 

미시령에서의 비빔밥은 맛도 모른채 먹었고, 어느집 새신랑이 '오늘 비빔밥 먹

 

은   신부는 모두가 첫딸을 낳을거라'고 한바탕 엄살을 피워대고..

 

명성콘도에서의 첫날밤은 추웠고 피곤했고... 낯설었고..

 

설악산에서 경주로 간 겨울은 하늘이 그림처럼 파랗게 높아서 마치 이국땅을

 

연상시켰고, 경주에서의 여행이 좀 더 편안했던 이유는 날씨가 포근했기 때문.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어느새 23주년이다.

 

주일밤에 주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야, 이눔아 결혼기념일은 내일인데 무슨 소리냐..'라는 나의 다그침에 오늘인

 

줄 착각했다고.. 

 

월요일 퇴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니 세현이가 용돈을 털어 생크림위에 딸기와

 

키위와  앵두가 놓인 케잌과 샴페인을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렸다.

 

셋이서 노래를 부르고 케잌을 절단하고 천마산에 있는 '샹보르'란 경양식집에

 

가서 모처럼 칼질을 하며 비싼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주현이가 전화를 했

 

었다.

 

'엄마, 잘 놀고 있나 싶어서..'  나쁜 놈 같으니.. 

 

몇년전 회사에서 10년이 된 기념으로 받은 금팔찌 한냥을 남편 사업 시작후 힘

 

든 상황에서 팔았다. 남편이 늘 미안해 하더니 올해는 진주목걸이와 진주귀걸

 

이 세트를 선물했다. (보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기분은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세현일 집에다 데려다 준 후, 우리가 가끔 들리는 청평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오랫만에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결혼기념일을 축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을 잘했다는 생각, 다시 태어나도 이 남자를, 이 여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마음을 확인하며 아쉬운 하루를 보냈다.

 

결혼생활,

 

주어진 모든 상황들이 감사할 조건이며 주현이와 세현이의 존재로 하여금 이미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다.

 

감사의 조건을 충만하게 허락하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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