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행사

큰형부회갑

여디디아 2006. 12. 9. 09:27

 

큰언니가 결혼할 떄, 내가 몇살이었나?

 

중학생이었나보다.

 

 형부는 좀 시커먼 피부였고, 눈이 부리부리했고

 

시골에선 꿈도 꾸지 못하던 중앙대 무역학과를 나오고..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형부옆에 작은 인형처럼 서 있던 언니는 예나 지금이나 날씬하고

 

어여쁜 서울의 아가씨였다.

 

정보부에서 근무하던 큰언니 역시 시골사람들에겐 늘 우상이었고

 

언니가 한번씩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집안엔 사람들이 북적거렀고

 

엄마는 온갖 맛있는 것을(그래봤자 별것 없었지만) 만드셨고

 

언니가 머물고 간 자리엔 언제나 커다란 양철통 가득한

 

설탕이 두어개씩 귀중품처럼 놓여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언니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가방을 들었고 남다른 원피스를 입었고

 

남다른 티셔츠를 입었고 양말을 신었던 기억이 새큰하다.

 

신혼살림을 하던 언니네를 들락거렸고

 

진태와 서아가 차례로 태어나고,

 

그애들이 유치원엘 가고 학교엘 가고 대학생이 되고 유학을 떠나고..

 

그러는 사이에 형부가 회갑을 맞았으니...

 

굳이 싫다는 형부를 뿌리치고 오랫만에

 

오빠와 작은언니네와 동생이 모였다.

 

7남매중 서울 경기에 모여사는 다섯가족이 모여 오리를 먹고

 

처음으로 단란주점이란델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었다.

 

다섯명의 남자와 다섯명의 여자와 세 명의 조카와 시간이 지나는줄도 모른채

 

놀다보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이미 운전을 할 남자들이 만취상태...

 

어쩔수 없이 언니네 거실에서 이리저리 몸을 뉘여 설은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집으로 오니 여섯시..

 

몸은 피곤하고 고단했지만 오랫만에 만나는 가족들의 모습은

 

겨울을 지내기에 충분할 만치 따뜻했다.

 

이 겨울 가족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형부 회갑을 축하드리며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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