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폭발하다 / 마경덕
입술이 붉은 여자였다. 막 벙글은 입술에 숨이 턱 막혔다. 까치발을 하고 입을 맞추었다. 농익은 웃음에 뼈가 삭아내렸다. 손에 손에 꽃을 쥐고 나를 부르는, 그 몸에 깊이 빠지고 싶었다.
가만, 꽃그늘 속에 한 사내를 품고 있다. 똬리를 틀어 목을 죄고 아무일 없는 듯 태연하다. 사랑에 눈 먼 사내 제 목을 내주고 잠잠하다. 사내의 몸을 휘감고, 꼭대기로 치달은 그곳, 허공에 빠진 가녀린 발이 간당간당 바람에 흔들리고. 디딜 데 없는 허공에서 그녀는 폭발한다.
절정이다.
능소화를 밀치니 거기 어둠이 한 토막, 환한 꽃덩굴 아래 죽은 나무 한 그루 서있다
출처 : 너와 나의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글쓴이 : 요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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