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제5회 황순원문학상

여디디아 2005. 11. 8. 17:52

 

 

2005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제5회 수상작

 

언니의 폐경

 

 

지은이 : 김   훈

출판사 : 중앙일보 문예중앙

 

 

 오랫동안 기다렸다.

여름부터 시작한 심사는 날마다 신문지상에서 작가와 함께 책의 내용과 약력이 함께 소개되었다.

과연 올해의 수상자는 누구일까..

역시 떠오르는 김 훈을, 기존의 작가들조차 감당하지 못했나보다.

반갑다. 그가 수상자라는 사실이..

지난해부터 은근히 그의 팬 대열에 합류했음으로.

 

언니의 폐경,

두 자매의 삶의 이야기이다.

결코 평탄하지 않은 자매, 잘 나가던 언니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가정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가정이다.

남편의 직장으로 인하여 주말부부로 살지만 특별한 불만이 없이 감사하며 살아가는 가정이다. 어느주말 남편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고, 추락한 비행기와 함께 시신이 되어버린 언니의 남편,

이미 폐경기로 들어선 언니가 남편의 죽음을 목도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생리를 한다.

아마 충격탓이리라.

남편의 죽음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언니가 생리혈을 보고 난데없이 눈물을 보이고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한다.

남편을 잃은 언니는 동생을 의지하며 동생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동생에게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여린 풀잎같은지..

 

'얘, 난 이게 올 때 꼭 몸속에서 불덩어리가 치솟는 것 같아. 먼 데서부터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면서 다가와서 아래로 왈칵 터져나오는 것 같아.'.

 언니는 생리를 할 때마다 몸속에서 불덩어리가 치솟는 것 같다고 동생에게 말하고, 동생은 그때마다 커튼을 내린채 온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생각해낸다.

 

회사의 간부에서 대표이사로 승승장구하는 남편이 '이혼하자'라는 말을 '식사나 하자'는 듯이 하던 날, 동생의 삶 역시 지금까지의 안락한 일상과 멀어진다.

 

남편의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집어내며 남편의 여자를 생각하고, 머리카락의 변화를 보며 퍼머를 한것을 알고, 계절이 바뀜을 알아가는 동생,

사랑이 없는 생활이 얼마나 지루한 일상이며 견디기 어려운 수치스런 삶인지를 보여준다.

 

언니와 동생이 엮어가는 삶의 단편들을 읽으며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남자인 작가가 어떻게 여자의 심리를 유리알을 꿰듯이 그렇게 잘 꿰어가는지.. 난 의심스럽다.

여자가 아니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으리라 여기던 생리때의 변덕스런 여자의 심리, 욕망과 욕심과 잔혹한 짜증들. 유세인듯한 아픔까지...도대체 작가 김 훈은 어떻게 그리도 잘 알고 있을까.

혹 여자였던 사람은 아닐까?..

 

자매의 늙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피가 물보다 짙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책을 읽다가 문득 언니가 생각이 나 언니에게 전화를 했었다.

 

아홉살이나 위인 큰언니가 고맙다고 했다.

 

수상하신 김 훈 선생님께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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