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외 출

여디디아 2005. 9. 30. 16:00

 

 

 

외    출

 

 

지은이 : 김 형 경

출 판 사 : 문학과지성사

 

 

내게는 책에 대한 고집이 있다.

하나는 책을 빌려 읽지 않고 꼭 내 손으로 산다는 것,

둘째는 내가 구입한 책은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

셋째는 읽은 책을 내용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도 보지 않는 것... 등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영상으로 옮겨질 때는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깃들어진 맛들을 찾을 수가 없다.

어쩌면 배우들이 하는 연기의 멋을 찾지 못하는 나의 아둔함이 이유일테지만.. 어쨌든 ..그렇다.

 

외출,

항간에 떠들썩한 배용준과 손예진이 출연한 영화, 한국에서는 미미하지만 일본과 아시아에선 대박을 터트렸다는 영화 외출,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한 이유는 작가가 김형경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낸 김형경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글에 매료되었고, 이후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에..

외출이 김형경의 작품이란 사실에 놀랐고, 어느때와 달리 기회가 닿으면 영화도 보고싶은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면 어떤 기분일까.

매일 같은 지붕아래서 몸을 부비며, 마음을 기대며, 마주앉아 식사하며 마주보며 차를 마시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익숙할대로 익숙해져 나의 어느 부분이 되어버린 사람,

부부란 등 돌리면 남이라고 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날동안 가장 가까운 또다른 나의 일부분이다.

그런 사람에게 배반당한다면 그 절망감은 어느만큼일까,

상상만으로 이미 끔찍한 생각이다.

 

인수와 수진, 경호와 서영,

서로를 믿으며 사랑함으로 한순간도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혼의 부부들,   

어느날 출장을 떠난 수진과 경호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의식불명인채로 같은 병원에 누워있고, 소식을 들은 인수와 서영은 병원으로 달려가 남편임을 확인하고 아내임을 확인한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잠을 이룰수 없는 그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출장을 간다던 수진은 이미 휴가중이었고, 신사적이며 단정하던 경호는 다정한 남자의 모습으로 디지탈 카메라속에서 엉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서영과 인수를 절망으로 몰아간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공간에서 서로 상처를 안은채 지내던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같은 상처를 싸매고, 같은 고통으로 번민하던 두 사람, 

결국 상대방을 위로하는 모습이 나를 치유하는 것임을 깨닫고 서로에게 위로를 받으며 잃어버린 사랑 대신 또다른 사랑을 찾는다.

 

  자신들을 배반한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심정이 어떠할까..

경호의 죽음과 수진의 회복, 그로인해 각자의 길을 가던 서영과 인수, 그러나 한번 틈이간 부부사이는 예전처럼 회복되어지지 않는다. 참는다고 해서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수진과 인수가 이혼을 함으로 네사람의 복잡한 관계가 마무리 되는듯 하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에서 회복된 후, 인수와 서영은 자기가 사랑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깨닫는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법으로 치유되고, 결국 그 삶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앎으로 다시 그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인수와 서영의 사랑에 대해 손가락질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이미 배우자들로 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고, 그로인해 아파하며 신음하며 잠 못 이루는 그들이 가엾기도 하고, 그런중에도 서로에게 위로를 주며, 서로를 치유해 주는 기쁨을 보았기 때문일까?

 

역시 사랑과 고독과 현실에 대한 김형경의 안목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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