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 김 주 현 !!
가을..
그렇게 입으로 말하는 것으로 이미 고운 마음이 가득해진다. 너도 해 봐.
왜 가을이라고 이름 붙여졌는지, 알 것도 같다.
드높은 하늘은 가이없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고, 파란하늘은 눈이 부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부끄러워했다... 맞나??
그런데 하늘을 우러러보니 나의 모든 어긋난 것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만 목을아래로 숙이고야 만다.
요즘 나는 문학아줌마가 되는 듯 싶다.
출근하여 책상 앞에 앉으면 앞마당을 가로질러 맞은편에 보이는 잡초와 그 속에서 노란 꽃을 피워내는 호박꽃과 서걱거리는 옥수수대궁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과 그 모든 것들 위로 유영하는 가을바람의 속살거림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싯귀들이 떠오른단다.
물론 시인들이 이루어 놓으신 시들 말이야.
요즘엔 서 정주님의 ‘푸르른 날’이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너도 한번 외워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가을꽃자리 초록이 짙어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요
비가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어때? 이만하면 아직은 쓸 만한 머리 아니야? 틀린곳이 있으면 네가 수정하도록...
사랑하는 주현아!!
일병이 되었음을 축하한다. 막대기 하나만치 무거워지는 군 생활일테지?
어느 곳에 있든지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귀한 아들이길 엄마는 날마다 기도하고 있단다.
그리고 세현이 위해서 기도하고 있지? 두 세 사람이 함께 기도하면 속히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에 쉬지 않도록 하자.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세현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야할텐데..
기도로 돕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또한 가장 큰 도움임을 기억하자. 하루의 시작이다. 건강하고 승리하는 날이길 기도하며.. 샬롬!!
2005년 9월 7일 출근한 아침에 사랑하는 엄마가.
*추신 : 귀찮아서 글씨로 쓰지 않고 타이프로 쓴다. 늙어가나 보다. 네 엄마도..서글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