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주민등록증

여디디아 2005. 2. 25. 09:17

세현아!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결국 아침식사도 하지 못한채 떠밀리듯이 등교하는 너를 바라보는 나는 배가 고프다.

추운 아침을 걸어 학교로 갈 너를 생각하고, 꾸르륵거리는 뱃속을 만지는 손위로 얼굴엔 인상이 구겨진 그림같을테지?

세현아!

어제 주민등록증을 만들라는 연락이 왔더구나.

갑자기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서 1미터 정도 물러나는 너를 보는것 같았다.

참 별스런 욕심이지?

네가 장성해 간다는 사실이 대견하고 즐겁기만 해야함에도 엄마는 이런 일을 만날때마다 조금씩 상실감을 느끼니 말이다.

다른 엄마들도 나처럼 그럴까?

이제 네 지갑속에 학생증과 함께 주민등록증이 들어있을테지?

어느 날, 형처럼 징병검사를 받으라는 병무청의 명령이 있을테고,  몇월 몇일 몇시가지 어디로 모이라는 국방부의 명령이 또 주민등록증을 가졌다는 이유로 너를 기다릴테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엄마가 살아왔던 것처럼, 아빠가 네보다 앞서 걸어왓던 것처럼, 네보다 한발앞서 걸어가는 형의 뒤를 밟으며 너도 세상에 속해 있는 것을..

세현아!

이제 몸도 마음도 대한민국의 남아로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길 바랜다.

지금은 고3이라는 스트레스속에서 씨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해진 시간이고 정해진 약속 아니겠니?

잘 감당하리라 믿어.

밖은 아직도 춥다.

네가 웅크린 교실은 좀 따뜻할까?

건강한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아들이길 늘 소망하며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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