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서 울

여디디아 2005. 2. 24. 13:33

서  울

 

 

강 윤 후(1962~         )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나는 휴대용 녹음기의 테이프를 갈아끼우고

한껏 볼륨을 올린다

리시버는 내 귀에 깊고

서늘한 동굴을 낸다

새떼가 우르르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고

철제 게단을 울리며

지하로 내려가는 구둣발 소리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오색종이를 맞으며

살아갈 날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 진군해온다

 

열차가 서울역에 닿으면

서른 살이 매춘부처럼 호객하며

나를 따라 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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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풀잎처럼 여린 내 스물을

열차가 한강을 거너듯이 훔쳐가 버리고

서슬푸르던 내 서른을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이 뺏어가 버리더니..

욱씬거리는 육신의 마디마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에

지릿한 아픔과 아릿한 통증으로

느닷없이 다가들게 만든 곳.. 서울,

아직 쉰은 먼 곳에 있음으로

호객행위를 위해 나를 따라붙지 않고

키 작은 나를 찾지도 못하는채

쾅쾅 얼어붙은 북한강의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데..

내게 쉰이 올때는

얼어붙은 북한강을 따라서 새봄이 오듯이

그렇게 봄날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리라.  

또다른 사랑과 시작을 담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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