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울
강 윤 후(1962~ )
나이를 먹는 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나는 휴대용 녹음기의 테이프를 갈아끼우고
한껏 볼륨을 올린다
리시버는 내 귀에 깊고
서늘한 동굴을 낸다
새떼가 우르르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고
철제 게단을 울리며
지하로 내려가는 구둣발 소리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오색종이를 맞으며
살아갈 날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 진군해온다
열차가 서울역에 닿으면
서른 살이 매춘부처럼 호객하며
나를 따라 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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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풀잎처럼 여린 내 스물을
열차가 한강을 거너듯이 훔쳐가 버리고
서슬푸르던 내 서른을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이 뺏어가 버리더니..
욱씬거리는 육신의 마디마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에
지릿한 아픔과 아릿한 통증으로
느닷없이 다가들게 만든 곳.. 서울,
아직 쉰은 먼 곳에 있음으로
호객행위를 위해 나를 따라붙지 않고
키 작은 나를 찾지도 못하는채
쾅쾅 얼어붙은 북한강의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데..
내게 쉰이 올때는
얼어붙은 북한강을 따라서 새봄이 오듯이
그렇게 봄날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리라.
또다른 사랑과 시작을 담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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