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하는 아들, 세현군!!
얼마전에 너 그랬었지?
‘엄마,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거 첨봤다.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었어’.라고..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생각이 나질 않네.
네가 한 말들은 어디서건 그대로, 빛을 바래지 않은채 기억되는데 내가 한 말은 기억에 없으니 나도 늙었나봐. 그지?
사랑하는 세현아!!
방학이라고 해도 어느 한번 푸짐하게 잠 잘 수 없는 네가 참 안쓰럽구나.
방학이면 한학기 동안 미루었던 잠도 실컷 자볼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지?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어 몸을 뒤트는 너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참 귀엽다는거, 너 아니?
세현아!!
며칠전 방학을 하면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고 말했을 때, 참 대견했다.
그때 엄마가 말했었지.
‘앞으로 1년이 네 인생을 좌우하는 시기이니 최선을 다해라. 최선을 다한후에 결과를 두고 우리 따지지 말자.
1년동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기 바래‘라고 했을 때, 네가 끄덕이며 엄마를 받아들이던 모습,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웠는지 너 아니?
방학인데 실컷 놀라는 말은 안하고 기다린 듯이 독서실 티켓을 끊으라는 엄마를 넌 이해하더구나.
방학을 한 어제오후부터 독서실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네가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지...
세현아!!
하나님이 말이야.
엄마의 어디가 이뻐서 이렇게 귀한 선물을 보내셨을까? 그지?
엄마는 말이야. 하나님께서 너와 형을 내게 맡기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기도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주현이와 세현이의 얼굴이란거.. 너 알고있니?
내가 너를 위해서 할 수 있는건 오직 기도밖에 없구나.
간절한 소원으로 네 앞날을 하나님앞에 간구할 때, 엄마는 든든한 아들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지..
세현아!!
점점 더워지는 날씨구나.
엄마는 말이야. 날씨가 덥거나 날씨가 춥거나, 그걸 불평하진 않는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더움과 추움을 적당하게 주시거든.
더운 이유도 우리를 위함이고, 추운 이유또한 우리를 위해서임을 알거든.
내가 좀 춥다고해서, 덥다고해서 날씨를 불평하는건 하나님에 대한 불평이거든.
세현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더우면 더운 데로 견딜줄 알고, 추우면 추운 데로 감사할 줄 아는 참으로 심지가 곧은 하나님의 자녀였으면 좋겠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참으로 많은데, 우리 더위와 추위 때문에 마음 불편하게 만들지는 말자. 알았지?
세현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들아,
푸른 물줄기가 휙휙 그어진 교복을 입은 네 모습도 이쁘고, 커다란 줄무늬의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열심히 드럼을 두드리는 네 모습도 참으로 멋지단다. 그보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이해하는 속 깊은 네 마음은 얼마나 더 멋진지..
엄마는 그런 네가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단다.
사랑하는 세현아!!
며칠있음 수련회가 시작되네?
이번 수련회에선 찬양팀에서 쉴 수 있으니 좋은 기회로 만들어봐.
열심히 기도하고 하나님 말씀 앞에서 겸손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길 바래.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너의 앞날을 온전히 하나님 앞에 맡길 수 있는 변화가 있었으면 해.그래서 날마다의 삶이 기쁨으로 가득하길 진심으로 소원한단다.
아빠와 엄마와 함께가는 수련회라 우리세현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긴 엄마보다 네가 더 엄마를 배려한다는거 알고 있단다.
세현아!!
이번 수련회가 네게 특별한 시간이길 바래.
여름이면 다녀오는 행사가 아니고 세현이가 진실로 거듭나는 기회이기를 바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한단다.
먼저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를. 찬양속에서 성령님의 임재하심을 만나고, 말씀속에서 운행하시는 성령님을 만나도록 네가 먼저 준비하길 바래.
간절하게 사모하며 찾는 자를 하나님은 만나주시거든.
사랑하는 세현아!!
용돈으로 이발을 하고, 상품권 받은 것으로 필요한 책을 사는 너를 보면 어쩐지 내가 부끄럽구나.
너의 그 온유함이 오래도록 너와 함께 하기를 바래.
그런데 친구들을 위해서 너무 인색한거 아니니?
아빠와 엄마가 네 친구들 아이스크림 사줄 돈은 있으니 너무 인색하지 말아라.
그저께 밤에도 민망하더라.
모처럼 길에서 만난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는데 250원짜리를 사다니.. 물론 50% 세일을 했지만 말이야. 100원만 보태면 부라보콘을 먹을 수 있는데..돈 1000원으로 너무 심하다 싶더라. 하긴 그것도 좋아서 12명의 녀석들이 마석을 떠나갈 듯이 환호를 지르던 모습도 보기 좋더라.
사랑하는 세현아!!
날씨가 더워지는데 공부하기 힘들지?
늘 인내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세현일 보면 엄마는 참으로 기쁘단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치 결과가 나타날테지?
우리세현이 앞날을 하나님이 지키시고 동행하심이 감사해.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까지 하나님께서 너를 지켜주시니 또한 감사해.
공부도 중요하지만 항상 몸을 아끼도록 해라.
네 다리에 검은 털이 점점 길어지고 겨드랑이에 털이 조금씩 많아지는 널 보면서 엄마는 왠지 섭섭해진다. 어느순간 엄마앞에서 두 손으로 몸을 가릴까봐 엄만 겁난다.
화장실앞에서 벌거벗은채 노래를 부르는 너, 찡그린 눈으로 엄마에게 성근 웃음으로 보내는 너, 세상에서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가 가장 맛있다며 엄마를 툭 건드리는 너, 학교로 향하는 현관에선 삐죽히 입을 내밀어 뽀뽀하는 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땡!!하는 소리가 나는데도 ‘사랑해‘를 주고받는 너와 나를 아빤 늘 부러워하지.
그런 네가 있어서 엄마는 참 좋단다.
사랑하는 아들 세현군!!
유난히 무덥다는 여름,
잘 이겨내는 장한 아들이기를 바랜다.
이 더위를 통해서 코밑에서 솟아나는 수염이 새카매지고, 키가 성큼 자라고, 마음이 훌쩍 자라고,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이 쑥쑥 자라기를 바래.
샬롬!!
-네가 보고싶어서 퇴근이 기다려지는 오후에 사랑하는 세현일 그리며 엄마가-
2004년 7월 21일 오후 다섯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