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혁명
예소연 / 다산책방
대상 수상작
예소연 - 그 개와 혁명
우수상 수상작
김기태 - 일렉트릭 픽션
문지혁 - 허리케인 나이트
서장원 - 리틀 프라이드
정기현 -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최민우 - 구아나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잠깐 휘청거리던 이상문학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정비되었다고 하는데 어쩐지 모방한 느낌이다.
현대문학상이 수상작품을 소개한 후에 비평가의 평론을 싣는데, 이상문학상은 올해부터 작가와의 인터뷰어를 실었다.
우수작이 8~10편 실리던 것이 5편이라는 한정으로 적아졌다는 사실은 쓸쓸하다.
대상으로는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이 차지했다.
'그 개와 혁명'의 배경엔 586 세대가 있다.
이름하여 '형'들의 세대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형'으로 불리던 대학생들의 '선민시대' 말이다.
누구보다 '자유와 민주가, 평등이 춤을 출것 같고, 청렴하고 정직하고 의리에 불타올라 하늘로 치솟을 것 같던 형'의 시대,
그리하여 여기저기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환경운동'이 먹고 사는 것보다 앞서던 그런 세대,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곳이 '천국'이 되고 '법'이 없어도 '질서'가 줄을 맞추듯이 세워질 줄 알았던 586 세대..
그 시대에 성식이형과 태수형과 나와 ... 운동을 하고 공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그들도 돈을 떼어 먹고 먼 나라로 도망을 가고.. 그리고 죽고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나 옛날을 나누며 빌린 돈을 갚으며 그들이 낳은 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개가 난입해 죽은이의 장례식에 혁명을 일으킨다.
요란하던 586세대는 말로만 요란하고 실망과 배반과 배신과 자기들만의 이익을 남긴채 저물어 가는 것을 비싼 돈으로 끼운 임플란트 사이로 바람이 들듯이 시리기만 하다.
김기태의 일렉트릭 픽션은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이다.
기타 소리에 겨우 잠든 아기가 잠에서 깰까봐 엘리베이터 안에 메모를 붙이자 나는 일렉트릭 기타를 팔아치우기로 결심을 하고,
며칠 후 일렉트릭 기타를 9시 이후에 치지 않겠다는 메모에 자신도 그 소리를 좋아한다는 메모를 보게 된다.
이웃을 배려하는 메모를 보며 작은 소리도 견디지 못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버겁다.
문지혁의 리틀 프라이드는 퀴어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어쩐지 토악질이 올라오려고 하고, 매끈하게 생긴 작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읽는 것조차 내겐 벅차다.
서장원, 정기현, 최민우의 소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정기현의 소설은 찬송가를 생각하면서 교회안에서의 생활을 그려보면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최민우의 소설은 요즘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쉽게 생각하는 성 정체성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상문학상은 나로하여금 현시대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유한한 세상에서의 나를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세상 이야기다.
이렇게 세상이 나를 향해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나는 한뼘의 세상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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