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눈부신 안부

여디디아 2023. 10. 12. 07:28

눈부신 안부

 

백수린 / 문학동네

 

 

이해리,해미,해나

세 딸을 키우며 단정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난 건, 

길을 가던 큰딸 해리가 가스폭발을 당하고 숨지면서이다.  

일반적인 딸이 죽어도 견딜수 없는 슬픔인데 모범생이던 해리는 온동네와 학교에서도 명성이 났던 만치 가족들이 감당할 슬픔과 아픔 또한 컸다.

부모는 이혼을 택하는 대신 아내가 해미와 해나를 데리고 파독간호사로 독일로 간 언니에게 떠나게 되고 아빠는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해미는 독일에서 생활은 낯설었지만 이모를 중심으로  새로운 친구 한수와 레나를 만남으로 언니에 대한 슬픔을 묻은채로 적응을 한다. 

독일에서 만나는 이모의 친구들은 파독간호사 출신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한채 각자 사연을 가지고 독일로 건너가 고단한 간호사의 삶을 살아낸 그들의 삶과 우정을 잘 그려준다.

이모의 친구 중 한수의 어머니 임선자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한수는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서 한번이라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한수에게 역시 독일어를 잘 모르는 해미가 소설가가 꿈이라는 어설픈 대답을 함으로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레나와 한수와 해미는 임선자의 일기장을 찾아서 읽으며 임선자의 과거를 찾기 시작한다.

임선자의 일기장에서 찾은 이니셜 K.H 를 보고 해미는 '기호'라는 이름을 확신하게 된다.    

 

IMF를 맞은 한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급히 귀국하게 된 해미는 임선자의 옛사랑 찾기를 포기하게 되고 한수와 레나의 전화도 거절한다.

다니던 신문사도 퇴직한채 집에서 생활하던 해미가 옛친구이자 스치듯 풋사랑을 느낀 우재를 만나게 되고 다시금 우정과 사랑 사이를 헤매이며 지내게 된다.

우재와 대화 중 독일의 이모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고 해미는 다시 한수 어머니 임선자에 대한 옛사랑을 찾기 시작한다.

 

오랜 수고 끝에 찾은 k.h가 결국 임선자의 교회친구 '천근호'   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천근호가 여자친구임을 알게 되고, 며칠후 천근호로 부터 받은 이메일에서 천근호와 임선자가 우정이 아닌 애정을 느낀 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동성애라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생각하지 못한 단어가 튀어나올때의 충격이라니...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 친구의 따뜻한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정과 사랑의 차이는 정말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사랑 보다는 우정이 좋을 것 같은데..

우정이 영원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건 나의 생각이겠지.

마음속에 한 사람을 품은채로, 어딘가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평생 기원하며 살아가는 마음도 소중한 마음은 확실하겠지만 우정이라면 언제어디든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있을텐데...

하기사 그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을테지?

 

백수린의 작품은 묘한 매력이 있다.

모든 관계속에 진정이 담겼다.

 

오랜만에 달달한 책을 읽으며 가을 속에 나를 담아보는 즐거움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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