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외면하는 벽

여디디아 2023. 11. 15. 10:09

 

외면하는 벽

 

조정래 / 해냄

 

 

처음 조정래 작가를 만난 것이 언제였을까.

결혼하기 전,

20대 초반이었을 거다.

'20년을 비가 내리지 않는 땅'을 시작으로 '유형의 땅' '황토' '대장경' 등... 후로 눈에 띄는 데로 읽은 것 같다.

특히 대하장편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서점에서 기다리면서  읽었었다.

그리하여,

작가의 책은 모두 섭렵한 줄(?) 착각했었다.

하긴 나오는 족족 사서 읽었으니..

뿐인가.

주현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순천 조정래 문학여행에 동참하여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와 순천까지 다녀올 정도로 지극한 팬이기도 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작가의 글에서 진하고도 진한 정치의 색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런가 하면 자신의 정치의 색이 독자를 자극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는 주장에 반감을 느끼게도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주변의 몇몇은 작가의 글을 손절하기도 했지만,  그 이유 때문에 작가를 외면할만한 용기는 없다.

교보문고에서 작가의 책이 소개되면 눈이 번쩍 뜨이고 손이 눈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작가의 글이 좋다.

 

'외면하는 벽' ;상실의 풍경' '어떤 솔거의 죽음'이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소개했다.

'외면하는 벽'과 '상실의 풍경'은 다행히 초기단편들을 새롭게 모은 책이고 '어떤 솔거의 죽음'은 '비탈진 음지'를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망설여진다.

 

'외면하는 벽'

비둘기

우리들의 흔적

진화론

한, 그 그늘의 자리

마술의 손

외면하는 벽

미운 오리 새끼

두 개의 얼굴

 

작가의 말에서 보듯이 '우리는 얼마나 인간다운 것인가'를 모티브로 한 내용들이다.

현시대와는 좀 뒤처진 인간세상의 이야기,,

우리가 지나온 시대의 아쉽고 그리운 세상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맞겠다.

情으로 이어지는 사람 사는 세상, 부대끼며 비비적 거리며 살아가는 세상,

그런 중에서도 사람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며 울고 웃는 세상,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참 좋다.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해득할 수 있는 역사,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리고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서른두 살 때 쓴 글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세련된 세월 속에 쫓아가지 못한 나는 아직도 옛날의 촌스러운 삶을 그리워하며,

정으로 이어지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사회부적응자가 맞다.

쩝~~

그리고 책이 두꺼워서 좋고 이야기가 많아서, 읽을거리가 많아서 좋다. 

 

 

"가을 속에서 몸과 마음을 풀고 있는데,

그새

"겨울"이

준비하지 못한 나를 묶어 놓는다.

2023. 11. 10  진옥 

  책을 읽고 책장 뒷장에 나는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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