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복자에게

여디디아 2022. 2. 24. 09:19

 

복자에게

 

김금희 / 문학동네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책을 펼치자마자 책의 중심지가 제주도란 사실이 나를 반긴다.

책 속에 나오는 고고리섬은 가파도가 아닐까 싶다.

'고고리'는 '이삭'이란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가파도의 청보리를 연상시킨다.

 

나(이영초롱)은 부모의 사업 실패로 초등학교 6학년에 고모가 보건소 의사로 근무하는 제주도 고고리섬에 맡겨지고 동생 영웅인 큰아버지 댁에 맡겨진다.

'나'는 어릴적부터 공부를 잘해서 판사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과정과 판사가 된 후 다시 제주도로 내려가는 삶의 행적과 결국 판사직을 물러나 연구원으로 프랑스에서 연구하며 복자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이다.

 

글의 무대는 제주도이다.

친구 복자와 고오세 등 13명의 어린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나 그곳에서의 유년의 생활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보다

제주의료원 사건이 핵심이다.

영광의료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복자와 다수의 간호사들이 결혼생활 중 유산을 경험하고,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병원에서의 약을 제조하는 과정에 노출된 화학약품에 의한 사건이다.

간호사들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을 하고 결국 이 사건에 이영초롱이 참가하게 된다.

 

쉽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큰 문제점을 짚어간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부를 이룬 사람들,   

그들의 사회적인 인간관계는 늘 약자를 약자이게 만들고 피해자로 만든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법칙이 너무나 만연한 세상이다.

 

사건에 참여하게 된 나는 판사로서의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런 나에게 주변인들의 감시 어린 눈총과 적대시하며 선을 긋는 모습,

그런 나를 알고 있는 친구 복자의 선택과 오세의 충고가 있었지만 나는 판사로서의 의무를 감당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감정에 치우칠 수 있고, 나의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고 믿는다.

 

제주의료원의 이야기에 근거하여 쓴 작품이라고 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사람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눈감지 않아야 한다.

어떤 상항이든 양심이 살아있어야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너무 쉽게 바뀌는 말과 행동, 정의보다는 '나의 이익'  앞에 무릎 꿇는 흔들리고 마는 사람의 이기심,

과연 내 모습은 어디쯤일까.

 

윤리적이고 양심적인 것, 그리고 신앙의 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누구보다 먼저 나의 이익 앞에서 굴복할 것 같은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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