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성석제 / 문학동네
성석제,
그의 글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해학과 풍자, 질긴 껌처럼 오래도록 남는 여운과 재밌는 표현은 나로하여금 표절하게도 한다.
같은 내용의 단어를 서너번씩 다른 말로 표현하는 그의 표현이 즐겁고 명쾌하게 맺는 문장의 마무리는 깔끔하다.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의 책이 출간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부터 하고보니
조금 오버하자면 그의 유년시절을 대충 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고향 상주에서 자랐던 배경과 집안어른들, 그리고 드물게 출현하는 친척의 끈들까지..
그래서 그의 글은 마치 내가 아주 잘 아는 동네의 어디쯤이며 남사친의 글이듯 하다.
이번에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산문집 역시 어린날의 자신의 이야기와 청년이 되고서의 이야기,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있다.
책은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말(언어)와 여행이 주를 이룬다.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써야 할 이유,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여행을 통해 얻게되는 마음의 움직임이 드러나 있으며 4부에서는 여행 중의 기행문을 수록했다.
더구나 내가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한 글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1부 소설 쓰고 있다
2부 나라는 인간의 천성
3부 실례를 무릅쓰고
4부 여행 뒤에 남는 것들
'언어(言語)는 인간만이 가진 지적 도구이고,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무기이다.
연출이 진실을 대체하고 진지함을 현혹이 대신한다.
문장은 인간의 언어가 가장 고도로 정련된 지성의 결정체이다.
독서를 통해 문장을 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지적 수준을 높이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자각을 가능하게 한다.
지적언어의 문장, 문장의 결과물인 책' (p.158)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 또한 능동적으로 대뇌와 전두엽에 충분한 혈액과 에너지를 공급하며
지적활동을 펼치게 된다.
문장을 통해 대화하고 공감하고 상상하고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결과적으로 두뇌의 지적활동을 왕성하게 만드는 책은 인간의 정신근육을 키운다' (p.162)
여행
'떠나야 함에도 떠나지 못하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면?
일 자체의 효율도 떨어질 것이고 사고가 나게 된다.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바람에 우리 뇌,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전두엽, 전전두엽이 쪼그라드는 사고는 지금도 나고 있다.
전전두엽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건 쉬면서 오감을 다 만족시키고 기분전환도 하고 정신의 근육량을 늘리면서 재충전을 하는 것,
휴식 뒤의 자신이 이전의 자신보다 더 건강하고 향상되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무엇을 획득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며
그 무엇은 인간으로서의 본성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삶을 온전하게, 제대로 사는 것 뿐이다' (P. 205~207) 여행 뒤에 남는 것들 중에서
내가 원하던 답들이 이 책에서 얻을 줄이야...
'독서'와 '여행'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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