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잊기 좋은 이름

여디디아 2019. 8. 29. 14:04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 열림원

 

 

 

소설가인 김애란 작가가 내놓은 에세이집이다.

 사람의 이름, 풍경의 이름, 사건의 이름...... 등

작가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대었던 사람들, 그리고 어울렁더울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물,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까지... 

잊기 좋아서가 아니라 저절로 잊혀지는 이름과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이름,

김애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 놓은건 처음인 듯 하다.

지금까지 몰랐던 그녀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건, 마주앉은 사람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처럼 반갑다.

 

'손재주 좋은 부모님과 달리 나는 카드로 하는 놀이에는 영 소질이 없다.

공기나 고무줄도 잘 못했고, 산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힘들어했으며,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가정시간에 저고리를 만들다 잘 안돼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p.108)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것은 내 이야기인가?'싶어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은 나의 이야기이니까... 

물론 놀라움만치 반가웠다.

 

작가의 부모님이 처음 소개팅을 하던 날, 시골에서 문화생활이라곤 아무것도 없던터라 중간역할을 한 친구들과 처녀총각 넷이서 점방에서 화투를 쳤다는 사실이 얼마나 유쾌하며 신선하던지.

부모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놓다니.....

 

1. 나를 부른 이름 - 유년시절의 이야기, 대부분 부모님의 에피소드이다.

2. 너와 부른 이름 - 친구, 소설 속의 주인공, 책 속의 이름들이다.

3. 우릴 부른 이름 - 여행을 하면서, 국내의 사건들을(세월호)을 바라보며 부른 이름들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서 살다 오는 것이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쉰다'라는 말과 같다.

 그 시간은 흘러가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불어나기도 한다.

 이덕무의 시간과 최북의 시간은, 정약전의 시간과 김광석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시간은 흘러가는게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진다"  (본문 중에서)

 

작은 에세이이지만 엑기스가 가득한 책이다.

문득 김애란의 인생에 잠시 들어가 그의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은 마음이다.

거짓이나 꾸밈없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짧은 글들이 마음에 남는다.

문장 안에서 살다 온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에 잠시 다녀온 기분..

인상적이다.   

 

유년의 기억과 부모님의 아름답고  따뜻한 추억,

젊은 날의 초상같은 시대적인 아픔과 사회에 대한 부당함과 그에 맞서 함께 부르던 이름,

함께 슬퍼하며 함께 아파하며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름..

여행에서 느끼는 감동과 지인들에 대한 마음이 흐트러짐 없이, 흔들림없는 수레에 실린 것 같은 기분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는 어떤 이름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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