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우산 (성희 우산)
빈 집만 남았다.
나는 유난히 비가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언제 어디서나 비가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내내 가물었던 남양주에 오랫만에 비가 내려 창문을 열어두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비를 좋아하다보니 우산 또한 특별히 좋아한다.
처녀 때 부터 우산은 꼭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고, 잊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고는 했다.
뿐만아니라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우산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이들도 엄마가 명품백 보다 우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봄 일본을 다녀온 세현이가 벚꽃 우양산 두개를 선물로 사가지고 왔다.
진한 분홍색과 연한 분홍색의 우양산은 말랐을 때에는 그냥 색깔만 보이는데 비를 맞으면 우산위에 벚꽃이 한송이씩 피어난다.
진한 분홍색은 성희를, 연한 분홍색은 내가 가진 벚꽃우양산,
당연히 친구들에게 세현이가 일본에서 사다 준 것이며 비가 내릴 때 이쁜 벚꽃이 피어난다고 자랑을 했다.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한번만 쓰고는 낮에 양산으로 몇번을 쓰며 아끼고 또 아꼈다.
어제저녁 수요예배에 가면서 비가 오길래 우산을 썼고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해 우산을 말리기 위하여 사무실 앞에다 남편의 검은 우산과 밥을 담아오는 바구니와 함께 물기가 마르도록 펼쳐 놓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사무실 문을 열어보니 벚꽃우산이 없어졌다. 주위를 돌아보아도 우산이 없어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살펴보았으나 없다.
울음이 목구멍까지 가득채우고도 모자라 입에선 욕이 나오고 마음에선 분노가 치밀고 생각은 저주로 가득하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남의 우산을 훔쳐갔을까..
안타까워하는 나를 위해 서방이 자동차 블랙박스까지 확인했지만 나오질 않는다.
내가 이러고도 예수를 믿고 권사라고 한다니 어이가 없다.
그깟 우산 하나로 이렇게 분노하고 증오하고 저주하고 잡아먹을 듯한 마음이라니....
누군가 필요해서 가져갔겠지 하는 마음이 들기엔 내가 너무 아끼는 우산이고 아들이 엄마를 생각하며 사다 준 선물이다.
생각할수록 속상하고 속상하다.
우산을 들고 간 그 손이 너무너무 밉다.
아직도 울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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