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생일

여디디아 2015. 3. 9. 15:17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남들은 생일이 일년에 두어번 있는 것 같은데,  내 생일은 한해 걸러서 한번씩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은 하루가 24시간이던데 내 생일은 하루가 10시간이 채 되지 않으니 이건 또 뭔 일인가?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올해 내 생일은 빨간색으로 달력에 지정해 줌으로 전국민이 마음껏 놀아도 좋다는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을 지나고나면 우리집 행사는 며느리 보기에 민망할만치 줄줄이다.

빠듯한 살림에 명절이라고 시댁에 봉투를 내밀고,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아들 딸도 드리지 않는 세뱃돈을 드리고

돌아서서 다시 시어머니 생신이라 봉투를 준비하고 한숨 겨우 돌리면 시아버지가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이렇게 민망할 때가 있을까 싶어진다.

 

그것도 부족하여 3월 14일 권사취임식까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어서 '내생일엔 오지 말고 권사취임식때 오라'고 미리 말을 했는데, 

한길 물속 깊이보다 얕은 내 속은 생일이 다가옴에 따라 뭔가 허전하고 빠트린 것 같고, 이럴 필요가 있나 싶어지고, 이러다간 괜히 식구들 잡겠다는 생각이 슬슬 휘몰아친다.

애꿎은 가족들 시베리아 벌판에 세우지 말고 스스로 주접스러워지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찰나의 순간에,   

정말 맞춤하게 주현이가 집에올 일이 있다고 한다.

'바쁜 네가 오지 말고 내일모레 생일인 내가 갈테니 저녁이나 사라'고 하니 주현이도 성희도 좋다고 한다.

하기사 그 깊은 속내를 내가 어찌알겠느냐만...  이럴때는 미친척하는 수 밖에 없다.

 

토요일 오후에 여느 때보다 빠르게 사무실 문을 닫고는 용인으로 향했다.

설에 본 인아의 앙증맞은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요즘 거의 상사병을 앓고 있는 지경이었으니..

핏줄을 속일 수 없는것인지, 낯을 가리기는 하지만 5분이 채 안되어서 내게로 달려와 안기는 우리인아,

아들과 며느리의 눈치를 못본체하며 나는 미끼를 준비하고 인아는 여지없이 미끼에 물린채 두 팔을 벌려 내게로 달려든다. ㅋㅋ

 

자연별곡이라는 한식뷔페에 가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이 생일인가 싶어진다.

대기번호 35번, 다시 나가서 거리를 헤매는 것 보다 그대로 기다리는게 낫다고 판단해서 기다리는 동안 인아를 돌본다.

앙증맞은 아가씨가 얼마나 재바르게 걷는지, 따라잡기가 힘겹고 땀이 나는걸 보니 나는 늙었고 어쩔 수 없이 할머니이다.

살금살금 말썽을 피우고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는 인아를 보니 살아있는 이유가 뭔지 알 것만 같다.

 

봄주꾸미와 여러가지 나물, 언양식 불고기와 갖가지의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다.

성희가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생신축하드려요'라며 도톰한 봉투를 건넨다.

미안하고 애잔한 마음에, 내가 오히려 보태어서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줄 때는 받아야' 하는 염치없는 마음으로 접수한다.

저녁값에 봉투까지,

빠듯한 살림살이에 얼마나 휘어질까 싶어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발목을 붙든다.

 

주일아침,

여기저기서 카톡거리며 생일축하 메세지가 전해진다.

하루종일 교회에서 보내고 저녁이 되어 서방과 함께 모처럼 '석화 한정식'에 가서 비싼 저녁식사를 했다.

선물을 하고 싶다는 서방에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모습으로, 그동안 별렀던 까만구두 한켤레를 샀다.   

마침 20% 할인까지 하다니..

며칠전 16년동안 함께 직장생할을 했던 언니로부터 '돈 벌고 있을때'라며 20만원이 넘는 자음생 영양크림을 선물로 받으며

사랑의 빚진 자가 된 나를 돌아본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그나저나 또 얼마나 긴긴 시간이 지나야 내 생일이 올까나. ㅋㅋ

 

참, 생일이란 이유로 오늘저녁도 예약완료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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