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결혼30주년

여디디아 2013. 12. 12. 14:18

 

 

 

 

 

 

 

 

 

 2013년 12월 5일(태어난지 17일째)

  

 결혼 30주년 선물로 내게온 두 천사

 

2013년 12월 11일(태어난지 23일째)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을까....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랫가락이다.

 

1983년 12월 11일 오후 2시 종로1가 화신백화점옆 서울예식장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고 날씨가 꾸물럭거린 것이 어쩌면 내 인생의 앞날을 예감한 것일까?

그 날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의 내 모습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면 어쩌면 나는 독신을 주장하며 독신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가끔 나를 돌아보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결혼은 왜 했는지, 언제까지 이런 일 속에 파묻혀 살아야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되돌릴 수 없는 날들에게 원망도 하고, 멀쩡한 서방에게 하소연도 하고 미워도 해본다.  

 

아침부터 출근해서 저녁에 들어가는 집,

나에게 '집'이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마져도 허락되지 않는다.

때로는 집안에서 늦잠도 자고 싶고 퍼질러 앉아 텔레비젼속으로 빠져들고도 싶고 친구를 불러들여 수제비도 끓여먹고 싶다.

현실은 토요일 오후에 어쩌다 일찍 집에 들어가노라면 마지못해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가시는 시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왜 벌써왔느냐며 요일감각이나 날짜 감각도 잊은채, 자신의 속옷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자꾸만 내 것이라 우기는 시어머니도 불편하고 짜증스러워진다. 

내가 골라놓은 살림살이들이, 늦도록 장만해둔 반찬들이, 이리저리 살펴보며 사둔 쌀들이 있는 집이 나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사실을 맞닥뜨리면 나는 낙심하고만다.

이제 나에게 '집'이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었다.

 

결혼30주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세현이는 단풍이 낙엽으로 쌓이는 날에 회사소속의 가나안호텔에 우리를 묵게 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해마다 케잌이나 선물을 준비하던 주현이는 결혼을 하고 아기아빠가 되고 회사 일이 바빠서 킨텍스에서 하루종일 시름하느라 문자도 없이 휭~~ 하니 지나게 하나 했더니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듯이 성희로부터 축하문자가 왔다.

 

30년을 함께 살아온 날들이 참 용하다 싶어서 지난 토요일엔 속초로 달려가 회를 먹고 어제저녁은 그럴싸한 곳에서 저녁식사라도 하자고 했는데 맞춤하게 일이 들어오는 바람에 퇴근후 '집으로 가는길'이란 영화 한편으로 대신했다.

영화속 전도연이 집으로 가는 길은 어쩌면 현실의 내가 집으로 가는 길과 비슷한것 같아서인지,

극장에서 나오니 눈알이 새빨갛고 너무 울어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 남자와 함께 한 30년의 세월이다.

올해는 이쁜 천사 둘이 내게로 와 주었으니 어느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집 공주로 불리우는 성희가 주현이와 결혼하여 우리 가족이 되었고, 이쁜 성희가 자기와 똑 닮은 인아를 낳았으니 고맙기만 하다.

이런 뜻밖의 선물이 있음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30년 동안 변함없는 서방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버지를 닮아가며 나를 실망시키고 화나게 만든다.

제발 아집과 무례함을 버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살아가면 좋겠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절망하는지를 알아주었으면 고마우련만...

 

생명은 주께 있고 전쟁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고 믿는 내게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살아있는 그날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하나님 부르시는 어느 날,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애끓는 그리움을 남긴채 천국으로 가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제 사랑하는 내 아들들의 삶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나의 애씀과 수고가 우리 아들들을 향한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며...

 

하얗게 쏟아지는 흰 눈이 내 마음속 찌끼들까지 덮어버리기를 소원하며, 눈이 녹아 내릴때, 찌끼로 인한 희부연 구정물까지 함께 씻겨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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