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을까...
앞뒷산에 푸르던 나뭇잎들이 윤기를 잃어가고 시들해지는가 싶은데,
어디선가 고운 단풍이 손님처럼 내려와 검은 머리카락에 흰 눈꽃이 피어나듯이 퍼런 머리에 형형색색의 염색을 해놓고 간다.
긴소매를 찾기가 무섭게 두꺼운 옷을 두리번거리는 가을,
아직은 남국의 햇살이 필요하기만 한데 어쩌자고 이렇게 추워지는건지.
5년전, 처음 청년부장을 맡았을 때,
서걱거리고 삐걱거리던 나를 지탱해준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밀한 손길보다,
교장선생님 같으신 담임목사님보다, 젊은 혈기에 잘해 보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오십의 아줌마를 쉽게 생각하던 담당목사님보다 더욱 큰 힘이 되어주었던건 청년들이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함으로 진실 보다는 마음으로 다가서던 청년들,
빠른 계산보다는 느릿한 마음으로 남을 먼저 생각하며 세워주려던 청년들,
어느날, 힘들어 보이는 나를 위해 회사까지 찾아와 폼나는 음식점에서 식사와 함께 카푸치노 커피의 달달함으로 나를 위로하던 청년들,
늦은 밤 문자로, 이른 새벽녘 기도로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청년들의 사랑을 어찌 한순간인들 잊을 수 있을까.
영원히 혼자 늙어갈 줄 알았던 청년들이 하나둘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엄마 아빠를 쏙 빼닮은 2세까지 두었으니..
그만치 나도 늙었을테지.
동탄으로 이사간 수옥이와 호평동에서 미술학원을 하는 이경이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종미는 아직 싱글이지만
성준과 상용은 이미 아빠가 되었고, 미순인 아기를 기다리는 새색시가 되었다.
안산으로 신랑을 따라간 경옥이도 아기를 기다리는건 마찬가지이다.
올 봄인가,
예배후 나를 찾던 미선이가 비타민과 팩을 가지고 나를 찾았다.
그동안 결혼을 앞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특별히 미선인 부족한 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니...
민망하고 거룩한 부담이 생긴다.
그러던 미선이가 시집을 가는 오늘,
예쁘게 하고 오라는 미선이 말을 듣고 아끼던 옷을 입고 오래도록 화장을 하고 일찍 출발하여 차를 기다리고..
그렇게 찾은 예식장엔 보고싶었던 옛청년들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1시간후에 있는 결혼식 역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라 함께 사진을 찍고 급하게 안부를 주고받으며,
기약없는 다음을 약속하고 어여쁜 새색시 미선이를 축복하며 돌아섰다.
오랫만에 만난 청년들,
어디에서 무얼하든지 예배자의 모습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묵상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앞날이
파란가을처럼 푸르며 가을햇살처럼 눈이 부시게 아름답도록 기도할 뿐이다.
미선이의 가정에 함께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