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마을,
남양주에 살면서 한두번쯤 문배마을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문배마을은 유명하다.
몇년전 남전도회 연합회에서도 다녀오고 늘사랑산악회에서도 두어번 다녀왔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나보다.
문배마을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는 나를 두고 가까운 시일안에 한번 가자며 산악회에서 약속을 했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은 평내새마을금고 산행에 합류한지도 일년이 넘는다.
이번에는 괴산에 있는 군자산이라고 일찌감치 방이 나붙었는데 날짜가 다가와도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금요일에 마을금고 이사장이신 최장로님이 전화로 내일 장소를 변경하니 교회팀들 은밀히 연락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고 회비는 5천원, 그리고 이동하는 버스는 25인승 학원 버스이다.
마을금고에 도착을 하니 문배마을이라고 해서 내심 반갑고 쉽게 길이 열려 기분이 좋은데다 점심까지 제공한다니 금상첨화~
문배마을은 봉화산이라고 하는데, 오늘 코스는 강선사를 지나 검봉산을 거쳐 오붓하게 들어앉은 문배마을이다.
산골짜기에 나붓이 들어앉아 있는 마을이라 전쟁통에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고 하니 얼마나 외진 곳인지를 알 것 같다.
전쟁을 몰랐다는 이유로 터가 좋다고하여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터를 이루고 살아가다 문명이 발달하자 불편한 곳이 한둘이 아님을 깨달은 이들은 다시 짐을 사서 문명이 발달한 곳으로 떠나고 지금은 적은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군락처럼 살고 있다.
그들의 생활은 농사도 짓지만 대부분이 식당을 운영한다.
식당이름도 '이씨네' '김씨네' '박씨네' '신씨네' 등등 姓氏를 붙여 놓았다.
강선사를 지나 검봉산을 오르는 길은 돌비알이 심한 오르막길이다.
전날 퍼부은 소나기로 먼지는 가라앉았지만 습한 기운으로 땀은 어제내린 소나기처럼 얼굴위로 좍좍 흘러내린다.
오르막을 올라가니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림처럼 펼쳐진 오솔길, 구비구비 돌아가면 또다른 길이 나타나고, 멀리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자니 세상과 동떨어진 내 모습이 아닌가 싶어진다.
길게 이어진 길 끝에 문배마을이 있었다.
마을뒷산엔 잣나무가 우거져 밭을 이루고, 지난가을 흘러내린 낙엽위에 삼삼오오 앉아서 과일을 먹기도 하고 김밥을 먹기도 하고 더러는 상대방의 무릎을 베고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도시락을 사왔으면 여기서 먹으면 참 좋겠다..'를 연발하며 우리가 찾은 곳은 문배마을 '신씨네'..
시골인심처럼 넉넉하고 푸짐할 것 같은 주인부부와는 달리, 서빙을 하는 청년들은 강남 어디쯤에서 알바를 위해 흘러온 듯 하다.
닭볶음탕과 닭백숙을 주문하고 공기밥을 추가로 주문하는데
"산채비빔밥으로 드려야죠? 술은 몇병씩이나 드릴까요?"..라고 말하는 품새는 문배마을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서 실망스럽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마을로 들어오는 길인가보다.
옛날에는 두 사람이 다니기에도 벅찼다는 데 지금은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행여나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팽팽하게 줄도 묶여져 있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낭떠러지가 아득한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30분이상을 걸어 내려오니 구곡폭포로 놀러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계곡에는 먼저 내려온 일행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근채 피로를 풀고 있다.
문배마을,
검봉산 코스보다는 봉화산 코스가 훨씬 수월하다는 정보를 전하며 다음기회에는 봉화산 오솔길을 걷고 싶어진다.
꿈에 본듯한 신록이 푸르른 황톳길의 오솔길,
벌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