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고,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다.
내 여행의 최종 목표점은 '성지순례'이다.
그리고 제주 올레길을 끝까지 걸어보는 것이 꿈의 한조각이다.
문경새재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때마침 지지난주 토요일에 사진작가 송병준씨가 제자들과 함께 문경새재를 걷는 모습을 보았던터라, 2011년 가을이 가기전에 기필코 가야겠다는 생각은, 결국 늘사랑산악회의 10월 마지막주 토요일 산행일정으로 잡고야 말았다.
드문 가을비가 전국적으로 내릴거란 예고가 있었지만 주말이 가까워지자 중부에만 내리니, 5mm만 내리겠다느니, 듣는 사람마다 다르고 예고하는 방송국마다 다르다.
모처럼 최광희 집사님의 새 차 스타렉스에 9명이 선착순으로 약속한채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남양주에 내리던 비는 충청도까지 내리고, 충청도를 지나 경상도까지 따라왔다.
남양주에 오전에 그친 비는 경상도에 오후가 되어서도 내렸다는 사실을...
무거운 우산을 준비했는데 이경자집사가 여분의 비옷을 챙겨왔다며 얇은 우의를 건네준다.
주차장에서 출발한 새재의 길은 세련되고 멋있고 편안하기는 하다.
비가 오는 날씨이지만 사과축제를 하는 날이라 사람들로 붐빈다.
편하고 좋은 길이지만 걷기에는 별로인 그런 길을 따라 7킬로미터를 올라갔다.
가을비속에 번지는 가을안개는 한치앞도 볼 수 없도록 한다.
고운 단풍도, 고운 하늘도 비와 안개에 덮힌채, 그저 묵묵히, 아쉬움만 담은채로 걸었다.
걷는 도중에 쉬어갈 수 있는 팔각정에서 따뜻한 커피로 으스스한 몸을 녹이고 피곤한 다리를 풀기도 한다.
제1관문에서 제3관문을 통과하니 다시 충청도가 나온다.
하루에 경기도와 서울과 충청도와 경상도를 밟으니 기분이 묘~~하다.
비가 내리는 가을산에서 먹는 점심, 박금애집사가 된장국을 커다란 보온병에 담아와 함께 나누어 뜨끈한 국물로 식사를 했다.
내려오는 길은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다니던 길을 찾아서 걸었다.
울퉁불퉁하고 돌과 나무부리가 툭툭 불거져 나온 길, 옆으로 낙동강의 발원지란 팻말과 졸졸졸 흘러가는 물,
군데군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폭포들이 마음을 묶고, 이런저런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즐비하다.
산길을 걸으며 각오를 다지던 수험생들, 돌아오는 길에 느꼈을 낭패감들,
드물게 장원급제를 하고 어사화를 쓰고 신바람이 난채로 날듯이 걸었을 길..
그런 생각을 해보니, 얼마전 마로니에백일장에 참석했던 내 마음이 함께 얹혀진다.
아닌줄 알면서 혹시나 하는 바래움과 기대..같은 거..
오후가 되자 가을비가 그어진다.
비가 그친 새재길은 그제야 가을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세수까지 마친 단풍잎들과 나무들,
정말 곱고 이쁘기만 하다.
모처럼 함께한 김용순권사와 박금애집사,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걸었던 평내교회 산악회팀,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가을길을 걸었습니다.
'매일 그대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주년 결혼기념일 (0) | 2011.12.12 |
---|---|
[스크랩] 22회 동기들 만남(최순태 시어머니 되던 날) (0) | 2011.11.09 |
꿈~~ (0) | 2011.10.27 |
[스크랩] 예사블 (0) | 2011.10.20 |
[스크랩] 가을 빛 만나기 ! (0) | 201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