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이천 설봉산

여디디아 2010. 4. 14. 09:09

 

 

 

 

 

 

 

 

 

 

 

 

 

 

 

 

 

 

 

 

 

 

 

 

 

 

 

 

 

 

 

 

 

 

 

 

 

 

 

 

 

느린 봄,

더딘 봄,

게으른 봄....

봄이 오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유난히 더디게 오는 봄을 기다리느라 몸이 노곤할 지경이다.

서울엔 이미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만발을 했는데도 남양주의 봄은 더디다 못해 찾아나서야 할 판이다.

진달 래가 먼저 핀다는 이천 설봉산에 꽃구경을 겸하여 등산을 하자는 임집사님의 한마디에, 결혼식 참석을 제친 이경자집사,

오후에 있을 동문회 참석을 강조하며 사진찍히지 않을만치 차를 달리라는 나의 간청..

 

떠난다는 것은 늘 설레임이다.

가까운 거리이지만 함께 어울려 떠난다는 것, 

오후가 되면 다시 돌아올 줄을 아는 약속있는 여행은 또한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가.

'겨울이라서, 허리가 아파서, 결혼식이 있어서, ...' 이런저런 약속이 있어서   한사람씩 빠졌던 산행에 오랫만에 늘사랑산악회 여자들이 뭉쳐지니 더욱 즐겁고 수다스럽다.

 

꽃이 피어나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말, 잎이 자라는 속도보다 빠르게 퍼지는 웃음,

빗살무늬같은 봄햇살을 받으며 떠나는 우리들의 봄나들이는  그래서 더욱 행복하고 그래서 더욱 즐겁고 재밌다.

 

이천 설봉산으로 간다는 말에 신랑이 하는 말,

'거기 우리부대 뒷산이야. 나 이천에서 군생활했잖아..'

아무렴요, 툭하면 튀어나오는  군대타령은 나를 빗댄 말임을 안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의 기상은 반복되는 날들만치 노곤하고 게으르며 그리워지는건 우리가족만일까.

또한 저녁이면 파고드는 이불속은 아침이면 그림처럼 다시 제 자리로, 제 모습으로. 마치 각맞춰진 두부처럼 반듯하게 모양을 갖추어야 하는 내 마음에 비해, 신랑의 손동작은 늘 거칠고, 늘 대충이다.

그럴때마다 내가 한마디..

"당신말이야, 군대 안갔지? 아무래도 똥방위 출신이야. 이불개킨거 보면 내가 다 알아"..

그 위엄있는 한마디에 대한 대답은 늘 이천타령이고 군대타령이고 예비군훈련시킨 타령으로 자신이 똥바위출신이 아님을,

어엿한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이천에서 충실히 감당했음을 강조하여 은근히 나를 세뇌시킴을 안다.

 

설봉산은 얕으막하면서도 아름다운 산길이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산길에 진달래가 피고 노란 산수유와 생강꽃이 피고, 여린 순들이 저마다 얼굴을 들이민다.

새봄의 환성을 귀로 듣고 눈으로 들으며 이제야 봄이 우리곁으로 왔다는 안도감으로 우리는 봄을 느끼고 오랫만에 뻐근해지는 다리의 통증을 느끼며 이만치의 살이 빠져주리란 기대감으로 더욱 흐뭇하기만 하다.

작은 봉우리가 곳곳에 놓였고, 나뭇가지에 고운 시들이  기다리고 있어 순간순간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얕은 산이어서인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은데 특히 어린이들이 많다.

작은 배낭에 물병을 꽂은 아줌마들은 평소의 내 모습이고, 무더기의 아저씨들이 폼나는 배낭에 스틱, 브랜드가 눈에 띄는  모습은 또 오늘우리와 같은 먼곳에서 오는 산행꾼들이다.

 

이천하면 도자기가 떠오르듯이 도자기공원 또한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듬어져 있다. 

도자기공원을 감싸듯이 둘러쳐진 설봉산,

고요한 산길, 풍요로운 봄빛, 살랑거리는 봄바람.

다시 그리워지는걸 보니 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봄!!

하나님은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실까.

감사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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