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제주에 도착하여 첫 코스인 남원포구로 이동을 했다.
드높은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파란 하늘아래 놓여진 바다는 온통 쪽빛이다.
감탄을 연발하며 5코스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 옆으로 처음보는 꽃들이 즐비하고 처음보는 풀과 나무들이 즐비하다. 눈을 돌리면 파란바다와 소리내어 부딪히는 흰파도가 멀리 서서 걷는 내 종아리를 적실 것만 같다.
선인장인 백년초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선인장 꽃이 희귀할 뿐만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꽃을 보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눈을 돌리는 곳마다 천지가 백년초의 가시가 돋아있고 가시위로는 노란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동백꽃이 지고난 동백나무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엄마가 바르던 동백기름이 이 열매를 통하여 얻어지나 싶었는데 그 열매가 아니라고 한다.
동백기름은 어디에서 얻어지는지.. 잠시 아리송하다.
두시간을 걸으니 목이 마르고 굶은 아침으로 하여금 배가 슬슬 고파온다.
아무리 찾아도 가게는 보이질 않고 점심을 먹을 식당도 감감하다.
다시 얼마를 걸으니 위미라는 농협이 나오고 반가운 하나로마트가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과 건빵을 먹는 사람, 빵을 먹고 물을 마시는 사람,
어느새 친해진 그들속에 섞여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며 시장기를 지운다.
다시 한시간을 걸어 공지효란 식당에 도착하여 자리돔물회를 먹는다.
얼마전부터 맛을 들인 자리돔물회,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동네에선 한그릇에 만원인데 제주도엔 5000원이다.
거기다가 자리돔이 한가득하여 나를 무아지경으로 몰아간다.
같이 앉은 분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거의다 먹었는데 옆자리의 음식도 그대로 남았다.
'이 아까운 것을..' 하며 끌어다가 혼자서 먹어치우는 센스를 발휘하니 사람들이 놀란다.
'무슨 여자가 저리 많이 먹나..와, 진짜로 좋아하시네..'와.
점심식사를 끝내고 걸으니 다시 새롭다.
쇠소깍까지 걷는동안 길을 이탈하여 다시 찾아오는 사람,
바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며 흔적을 담는 사람,
묵묵히 걷고 또 걸으며 마치 걷지 못하여 안달이 난 것 같은 나...
쇠소깍까지 걷는 동안 감탄소리만 연발하며 걷고 또 걸어도 다리가 아프질 않다.
쇠소깍에 도착하니 풍림콘도의 커다란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밝은미소 권사님이 보여주셨던 쇠소깍 사진을 기억하며 쇠소깍을 바라보니 어찐지 낯익은 곳인 것도 같고 반가운 마음이다.
저녁식사는 전원일기란 식당에서 전원쌈밥을 먹었다.
제주도의 꺼먹돼지를 삶아 수육을 만들고 콩잎과 상추와 배춧잎, 치커리 등 풍성한 야채와 자리돔젓과 된장을 넣어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김주영 선생님이 오늘저녁 술은 당신이 사신다고 실컷 마시라고 한다.
28명의 인원들이 마신 술값이 13만원이라며 2차로 다시 사겠다고 하신다.
풍림콘도에 돌아와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야외주점으로 나오니 제주도의 푸른 달빛이 아름답고 멋지다.
통기타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우리는 생맥주와 소주와 해물탕과 노가리를 안주로 담소를 나누며 더러는 나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김주영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여러분이 55만원을 낸 돈으로 나는 공짜로 비행기를 탔고, 공짜로 잠을 자며, 공짜로 밥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50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나는 여러분에게 술을 사겠다"고 하신다.
인솔자이신 이종주 선생님 말씀..
"에.. 아시다시피 김주영선생님은 삼성이나 큰 기업에서 한시간 강연에 150만원을 받으십니다. 특별히 문학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하여 이렇게 참여해 주시고 술까지 사주십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술잔이 부딪히고 노래가 익어간다.
반주없이 부르시는 김주영선생님의 노래도 멋지다.
한량이시다. (사모님이 고생이실거다..고 여자들끼리 수군수군..ㅋㅋ)
제주도의 깊고 푸른밤이 깊어가는데 다시 자리를 옮기니 바닷가 우체국이다.
빨간 우체통이 놓였고 엽서가 놓였다.
안동이 고향이신 유종연 언니가 나를 위하여 엽서를 챙겨놓으시고 "영천댁아"라고 부르신다. 다른 사람을 물리치고 나를 챙겨주시는 모습이 마치 친언니 같으시다.
마음이 뭉클하며 따뜻해진다.
동생과 주현이와 세현이, 그리고 신랑에게 엽서를 쓰고나니 밤은 더욱 깊어졌다.
다시 자리를 옮기는데 이번엔 바닷가이다.
누군가가 풍덩 물에 뛰어드는 소리에 놀라서 바라보니 밤바다의 흰파도가 바위에 와 부딪는 소리이다. 달빛속에 보이는 제주의 밤바다, 정녕 꿈인지, 생시인지..
청송에서 오신 분들이 어디에서 구했는지 나뭇가지를 주워다 모닥불을 피우고 모닥불 곁에 모인 우리는 인생을 나누며을 삶을 나누며 웃음을 나눈다.
술에 취하신 김주영선생님,
조용한 모습으로 스며드시는 조용호선생님(소설가이자 신문기자),
청송에서 김주영 테마공원을 위하여 오신 세 남자,
덕소에서 도예를 하시는 분, 에세이 플러스에서 오신 수필가들...
모자람도 없고 넘치지도 않은 그들과의 시간은 충만한 뭔가를 내 속에 채우고
바닷물의 넘실거림 같은 충일한 행복이 나를 감싸는 제주도의 깊고 푸른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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