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선생님과 함께
기다리던 봄이 소망하던 꽃들과 함께 다가와 나를 설레이게 하더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들어 갱년기의 나를 시도때도 없이 덥게 만들고, 밤마다 누구를 사모하는지 잠을 들지 못하게 하고, 가까스로 든 잠은 대여섯번씩 아침인가 싶어서 깨어나게 하는 육체적으로 힘든 날들,
16년간 다니던 회사에 봄꽃들이 지듯이 정이 하나씩 툭툭 떨어짐으로 나를 다시 힘겹게 하는 날들..
모든걸 집어던지고 어디론가 풀썩 떠나고픈 마음이 가득한 날들이다.
올레길이란 말을 처음들었던 때부터 내 마음은 이미 그것을 두고 소망하기 시작했다. 서명숙이사가 혼자서 그 길을 발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아와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으며 제주도를 알아가고 일상의 쉼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레길(제주도의 좁은 골목길이란 뜻)을 만들었다고 한다.
2,4주 토요일을 휴무했을 적에는 교보문고와 문학사랑에서 작가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가끔 했었는데 휴무가 없어지고나니 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이 되고 말았다.
문학사랑에서 김주영선생님을 모시고 올레길 2차(1차는 4월에 있었다) 투어를 한다고 하기에 덥썩 예약을 했다.
미적거리던 회사에도 이 여행을 하기 위하여 일찍 마무리하기로 하고서..
3박4일 일정의 제주 올레문학투어..
11일 새벽 5시, 신랑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은 새벽안개가 걷히고 이른 해가 오른쪽에서(ㅋㅋ) 빗살무늬를 그리며 떠오르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고 약속된 종로떡집앞으로 가니 여대생들이 가득하다.
'아니, 여대생들만 있고 어른은 나 혼자??'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학생들이 김주영선생님과 함께 떠나기로 했었나...
약속된 시간이 지나니 또래의 아줌마들이 한껏 멋을 부리며 모여든다.
길게 늘어뜨린 이름표를 보고서야 나와 동행할 분들이란걸 깨닫는다.
친구들끼리, 부부가 팀을 이루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나만 혼자다.
낯선 이들과의 부딪힘이 두렵지 않은 나의 천성적인 성격을 알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가격이 착하여 인기가 좋은 진에어,
인솔자가 나누어준 종이에 나의 룸메이트가 누군지를 먼저 파악하고 다가들었다.
나보다 한살이 위인 얼굴이 예쁘고 키가 작으마한 여인이다.
룸 메이트라고 인사를 하니 비행기에서도 함께 앉자고 한다.
유월의 화사한 태양이 오른쪽 하늘에서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둥실한 뭉개구름이 끝없이 피어나는 서울의 하늘위로 청바지를 입고 모자를 쓰고 티셔츠를 입은 장미처럼 빛나는 청춘속에 선 청년들이 스튜어스가 되어 손을 움직이며 미소를 지으며
비상사태를 설명하는데 비행기는 서서이 이륙을 한다.
청년들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옆에 앉은 룸메이트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2개월간 남편과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검정양복을 입은채로 공항에 나타났고 뒤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정사..
'휴,, 좋은 여행에 파트너가 걸리적거리게 생겼구나..'
작으마하고 이쁜 파트너가 내 즐거운 여행의 스트레스가 되리란 사실이 하늘로 오르는 비행기와 함께 육감적으로 내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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