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충주호..

여디디아 2008. 10. 6. 17:33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늙어가는건가? 아무래도..

자꾸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는걸 보니..

계절을 앓는 건가? 아무래도...

가을은 나이와는 무관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고, 빨간 사과 한알에 군침을 흘리고, 빛을 잃어가는 코스모스 한포기에도 마음이 절여지는걸 보면...

웬수같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이가 떨쿤 머리카락에 측은지심을 느끼고, 허옇게 일어나는 살비듬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한줄씩 늘어가는 주름에 나의 모습을 보게도 하는.. 해질녁 어스름에도 공연히 서글퍼지고 아침저녁 몸에 부딪히는 찬바람에 한기보다 마음이 먼저 오싹해지는걸 보니 .. 아무래도 가을이다.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우리나라 드라이브 코스로는 충주호가 단연 뛰어나다는 것을 봤다.

벚꽃이 만개하기 전, 초록의 물빛이 손끝에 묻어날 듯하던 충주호를 바라보며 벚꽃이 피면 다시오리라... 다짐하던 봄날이 몇년전이었던지.

봄의 충주호와 가을을 맞이하는 충주호는 분명히 다를 것이고, 40대의 충주호와 오십의 충주호는 또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마음들이 피곤한 몸을 부추겼다. 

"자기야, 우리 충주호 드라이브 가자"..는 말에 선뜻 따라나선 신랑이 중부고속도로를 지나고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고 내륙고속도로를 오르며 '사실은 이번에 낚시를 가고 싶었는데..'라며 속내를 풀어놓는다.

올해는 낚시한번 제대로 가보질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남편을 보니 어쩐지 '살아가는게 뭔지..' 자괴감이  드높은 가을하늘을 향해 불쑥 고개를 쳐든다.

 

충주로 들어선 순간, 갑자기 이경자집사가 생각난다.

충주에서 남편인 양경선집사님이 부모님과 함께 살며 주말에는 평내로 오시고, 일주일에 한번쯤 경자집사가 충주로 내려가 청소니 반찬이니 해드리고 옴을 알기 때문에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경자집사가 반갑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서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들러 넓은 집을 구경하고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마시며 양집사님의 그림을 감상한다.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셨는지... 정말 놀랐다. 위대한 발견^^*

 

먼저간다는 인사를 남기고 충주호에 들어서니 충주댐을 둘러싼 가을나무에서 가을을 묻어나르는 가을향기가 나고 향기같은 물빛이 나무에 살짝 곁들여진다.

선착장에 가서 유람선을 타고 충주호를 감사하는데 하늘사다리님이 전화를 했다.

"오늘 충주오시는 날인데 지금 어디신가요",,라고.

각각 만원씩을 내고 오른 배는 정확이 55분을 물위를 더듬다가 다시 선착장에 우릴 내려놓는다.

참고로 배를 항해하는 선장보다 배에 오르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아저씨가 어찌나 불친절한지.

정이 딱~  떨어진다.

충주에서 대표하는 충주호이며 선착장인데 좀 더 친절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했으면 싶다.

 

유람선에서 내려 충주호댐휴게소에서 사다리님을 만났다.

소프라노의 맑은 음색과 그보다 더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한다.

처음이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은 것은 블러그에서 서로의 생활을 너무나 잘알기 때문일게다.

충주호의 남은 곳들을 사다리님과 함께 구경하며(물 박물관과 전망대) 사진을 찍으려는데 사다리님의 디카실력이 영~ 떨어진다. ㅋㅋ (카메라는 신상인데 주인은 구시대..) 남편과 둘이서 이리저리 만지더니 그중에 제일은 휴대폰이라며 내 휴대폰앞에 포즈를 취한다.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을 찾다가 고구마밭을 향했다.

사다리님의 교회에서 고구마를 심고 수확하여 장학금에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마침 오늘이 전교인들이 모여서 고구마를 캐는 날이라고 한다. 

장로님 말씀이 "평내교회 가셔서 절대로 고구마 심지마셔요. 너무 힘들어요" 라고..

사다리님의 남편되시는 장로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시고 고구마밭에 놓인 김밥을 내어놓자 남편이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난 찐고구마 두개를 먹었다.

토실토실한 밤고구마 두 박스를 실어주며 동생에게 한박스주라는 사다리님의 마음씀씀이가 어찌나 고마운지. 고구마를 받은 제비꽃이 눈물이 글썽하다.

 

사다리님과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충주호를 따라 나섰다.

예전엔 분명히 충주호, 단양팔경까지 이어졌는데 길이 막혔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게 분명하다.

제천으로 와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친절한 네비가 집으로 가는 길을 인도한다.

오랫만에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니 마치 친정으로 향하는 길인듯 하여 즐겁다.

 

충주에 들어섰을 때, 길가에 심겨진 사과나무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지가 찢어질듯이 매달린 사과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붉은 사과를 보니 마음에 충만한 기쁨이 가득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과값보다 비싼 인력을 투입하여 지키고 있다고 하니 아직 우리의 국민성은 성숙하지 못한가 보다.

지키지 않아도 스스로 지켜줄 수 있는  시민의식이 아쉽다.

청계천에 충주사과를 심었는데 익기전에 이미 손을 타서 가을엔 사과 한알 구경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길가에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보니 하나를 따고싶은 마음이 드는걸 보니 누구를 탓할까마는...

 

조용하고 깨끗한 충주.    

종합병원이 있고 대형마트가 있고 은행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있는 곳이다. 

노후를 즐기기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듯하여 문득 훗날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어느새 노후를 걱정하고..ㅉㅉ)

 

집으로 돌아오는 길위로 가을해가 뉘엿하다.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6코스(쇠소깍에서 외돌개)  (0) 2009.06.15
제주올레 5코스(남원포구에서 쇠소깍)  (0) 2009.06.12
강릉...  (0) 2008.09.22
청도 운문사  (0) 2008.08.12
두마 2  (0) 200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