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가을 엽서

여디디아 2007. 11. 23. 15:08

 

 

가  을   엽  서

 

- 안 도 현 -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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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11월의 찬바람을 견디지 못한채 시궁창이로 몰렸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처참하게 짓이겨지며

반항하지 않고 묵묵함으로 깊은 새봄속으로 사라졌다.

 

나뭇가지에 얹혔을 적에는

가을을 노래하고 인생을 찬미하던 넉넉하던 마음들이

발아래 짓이겨지는 낙엽을 보며

허무와 고독을 느끼는건

낮은 곳에 있는 사랑마져 이루지 못함일까. 

 

채 준비하지 못한 마음에 첫눈이 내리고

가을 엽서 한장 끄적이지 못했는데 이미 손이 시리고 발이 시리고

마음까지 시려와 내의를 꺼내 입어야 했으니..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던 마음도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쓰겠다던 약속도 하기 전에,

가을 저편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당신에게

젖은 엽서 한장 보내기도 전에 와버린 겨울,

 

하마

그리움인 당신은 내 마음의 엽서라도 읽으신 것일까.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는 시간에

지난 가을을 아쉬워하며

쓰지 못한 가을 엽서를 그리워하며

사랑은 낮은 곳에 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보내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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