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양주시는 '쾌(快)한 도시'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슬로건을 내 건 덕분에 모든 광고물을 부착할 수 없는 상태에 내몰렸다.
아울러 우리집은 참으로 곤란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열심히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현수막 설치를 못하게 하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없고 날마다 지친 모습이 나로 하여금 안타깝게 하고
가난한 지갑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삼천리 자전거에서 '급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틀간 이어지는 공휴일을 겨냥하여, 설마 그때는 철거하지 않으리란 기대심리와
어린이 날 선물로 자전거를 요구할 어린이를 위하여서다.
물론 현수막 설치는 5월 4일 저녁어스름이 내린 후에 달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리하여.. 5월4일 퇴근후, 남편과 낙지볶음을 먹고 현수막 설치에 따라 나섰다.
혼자 하겠다는 남편을 거들어야겠다는 기특한 마음으로 ....
17개의 현수막을 마석과 평내동, 호평동에 걸어야 한다는 남편을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이 현수막을 설치할 동안 한팔씩의 줄을 잘라다 주고, 견고하게 서 있는 사다리를 잡아주고..
남편이 현수막을 마무리 할 즈음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재빠르게 디카에다 설치해 놓은 현수막을 담기도 했다.
9시가 넘어선 어두운 밤, 커브길을 돌아나오는 호평동 산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남편,
팔이 아파서 쩔쩔매는 남편이 무거운 사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현수막을 설치하는 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저 피곤하고 고단한 삶이 우리의 현실이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큰 도로변 높은 전봇대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남편,
이 시간에 주현인 대전에서 올라와 강변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었고, 세현이는 MT를 가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었다.
부모라는 이유로 우린 지나는 차량들의 불빛을 받으며 현수막을 설치하고, 그 모습을 디카에 담고 사다리를 붙들고, 줄을 끊어야 했다.
이런 수고가 두 아들의 미래를 담아내는 일임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나는 사람들이 그랬으리라.
'저 부부좀 봐, 이 밤에 먹고 살기 위해서 현수막을 설치하느라 뛰어다니는 것 좀 봐'
라고 말을 할 것이고,
'당신은 남편 잘 만난줄 알아라'
고 부인을 향하여 큰소리 치리라...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대고 웃기도 했었다. ㅋㅋ
북도 치고 장구도 치면서..
하루빨리 '쾌한 도시'인가 , '명품 도시'인가를 내세워 먹고살기 어려운 서민들의 가난한 일상을
곤고하게 하지말고 규제를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이 지저분하다고 인상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수막을 만들고, 만들어진 현수막을 설치함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희망을 품고 비전을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몸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남편이 고맙고, 아직은 철부지이지만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아들들이 고맙고 그들을 바라보며 끊임없는 잔소리를 해대는 나의 건강이 감사하다.
'오늘'이 있고 '가족'이 있기에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