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명절을 보내고..

여디디아 2007. 2. 20. 09:41

 

큰일이다.

이렇게 기분이 다운되어서야 어디...

 

우리 회사는 일년에 보너스가 두번이다.

작은 규모의 회사라 분기별 보너스는 꿈도 꾸지 못하고

주 5일 근무는 희망사항이고..

그나마 지난해 격주 토요일 쉬던 날마져 물건너 가고 말았다.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왔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한번의 보너스를 기다리며

누구는 조카의 교복을 맞춰주기로, 누구는 오래동안 속을 썩히는 치아를 교정하기로,

누구는 시골에 가서 차례 지내는 작은집에 성의를 표시하기로

누구는 시아버님 칠순에 현금을 내놓으며, 누구는 차례상을 풍성하게 차리려는 계획으로..

힘든 명절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숨을 내쉬는 현금을  설렘으로 있었으니..

 

설이 들어있던 지난주 월요일,

올들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서울 사무실에서 하는 회의는 사장님의 부재로 취소가 되었다.

사장님은 외국으로 골프를 치러 가셨는 듯 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사장님은 오시지 않고

틈틈히 통장확인을 하는데도 늘 소식이 없다.

금요일, 직원들의 얼굴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사무실에서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을 뿐..

오후 3시,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과장, 올해는 아무래도 보너스를 못줄것 같다.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많아서 그냥 지나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해"...

나 ..  힘없이  "한푼도 안나와요?"    사장님.. "그래"

풀죽은 직원들의 모습보다 훨씬 풀죽은 나의 모습..

주현이 컴퓨터를 사주어야 하고, 생활에 필요한 집기를 사야 하는데.. 

흔하디 흔한 선물세트 하나없이 단돈 십원없이 맞이하는 설날의 서글픔을 아는지..

 

설날아침, 시아버님과 어머님, 동서네, 작은집 식구들과 작은집 동서네, 조카들..

어린 꼬마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집안을 활기차게 만들고 사람냄새를 풍기게 한다.

이른아침 차례를 지내고 모두들  갈길로 가고..

오후에 오빠네와 동생이 왔다.

모처럼 친정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두 동생을 데리고 피씨방을 간 세현이는 간식을 사 먹이고 비디오를 보여주고

이모네서 남동생들과 잠까지 자고 왔다. 

 

2박3일간의 외박을 나온 주현이를 데려다 줄겸 사흘간의 집안에서의 생활이 답답하기도 해서

오후에 주현이를 데리고 양구엘 다녀왔다.

3시30분에 집에서 출발, 5시 30분 양구 도착,

주현이와 소대후임을 내려주고 5시 40분에 양구 출발, 7시40분 집 도착..

 

화요일 아침, 출근을 했다.

여전한 시각에 출근을 했지만 명절을 보낸 즐거운 모습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 모두가 마지못한 모습이다. 시간이 데려다주는대로 움직이며 로봇처럼 일을 하는 직원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보니 차라리 애처롭다.

 

이런 지루한 일상과 활기를 잃어버린 모습들을 어찌할지.

거기다 주위엔 오늘까지 쉬는 사람들 뿐이고 잘난 우리만 출근을 했으니...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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