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김장

여디디아 2006. 11. 21. 16:41

어제아침,

 

아침잠이 깨기도 전화 울리는 전화벨 소리..

 

'약한 나로 강하게 가난한 날 부하게~~

 

13년을 함께 일하는 아줌마의 전화,

 

"김장 어떻게 할거야? 할머니가 배추를 얻어다 놓으셨어."

 

이번주 금요일쯤 배추를 사다가 토요일에 김장을 하려는 계획을 이미 아신지라

 

할머니가 얻어오신 배추를 보고 이른 전화를 하셨다.

 

점심시간에 금남리에 가니 할머니가 배추를 다듬으셔서 말끔하게 손질해 놓으셨

 

다.  농협에 가서 소금을 사고 젓갈을 사고 무를 사고..

 

아줌마가 어느새 배추를 소금에 절이시고 무우까지 씻어 놓으셨다.

 

오후에 한가한 틈을 타 무우를 썰었다.

 

배추속에 넣을 것은 채썰기 칼로 썰고, 깎두기 무우는 내가 썰었다.

 

썰어진 무우채에 고춧가루를 버무려 놓은후, 내일아침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했다. 오늘 할 일을 미리 해놓은 것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이미 아줌마가 배추를 씻고 계시고 김치통까지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다.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 점심을 책임지기 위해 돼지고기 5근을 사다가 삶고 고기

 

를 삶은 물에 맑은 배춧국을 푹푹 끓였다.

 

배추를 얻어주신 할머니가 오셔서 혼자 배추 속을 넣으시고 난 점심준비에 허

 

둥지둥...  눈치빠른 아줌마는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설겆이며 궂은 일을 하시

 

고..

 

혼자 살고있는 동생을 위하여 깎두기 한통, 김치 한통,

 

회사에 숙식하는 총각 둘을 위하여 깎두기 한통, 섞박지 김치 한통 반,

 

시골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며 깎두기 작은 것 하나를 담고, 우리집 깎두기 한통

 

과 커다란 김치통에 김치 한 통을 넣고 나니 속이 반이나 남았다.

 

아직 김치하지 않은 직원에게 김치속을 전하니 고마워한다.

 

점심시간이 되어 신랑을 부르고 푹 고은 돼지고기를 썰어 노란 배추와 진한

 

양념이 가득한 김치속을 내어놓자 모두들 말이 없다. 너무 맛이 좋아서...

 

점심을 드시지 않은 할머니를 위해 짜장면 한그릇을 시켜드리고 금남리에 모셔

 

다 드리고 왔다.

 

일렬로 죽~ 늘어선 김치통을 보니 마음이 환하다.

 

비록 친자매이지만 동생에게도 김치를 줄 수 있고 숙식하는 총각들에게 반찬을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우리집 김치냉장고가 꽉 찰 생각을 하니

 

어느새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무우를 열개쯤 썰었던 팔이 아파 파스까지 붙였으니..

 

배추를 다듬는 것부터 설겆이까지 내가 했으면 아무래도 병원에 입원까지 했어

 

야 하는것 아닌가 싶다. 

 

배추를 얻어주시고 속까지 채워주신 할머니께 감사드리고 알게모르게 수고

 

해 주신 혈육같은 아줌마께 감사드린다.

 

그러고보니 난 복이 넘치도록 많다.  주위에서 돕는 손길이 얼마나 많은지..

 

아... 나의 숙원사업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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