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하고 침침하여 아직도 깊은 밤이길 간절히 소망하지만
어느새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여전히 게으른 모습으로 기상을 하고
억지스런 모습으로 창문을 열어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겨울비가 아침부터 쏟아진다.
'이 비가 그치면 추워지겠구나..'
어느새 움추린 어깨를 싸잡으며 따뜻한 거실로 들어선다.
텔레비젼에선 수능예비소집일임을 일깨우고
내일아침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들과 갖고 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쉼없이 이야기 한다.
참 묘하다.
학교에서도 강조할 것이고 부모님들도 이미 아실 내용인데도
분명 내일아침에도 어느 수험생은 수험표를 빼먹고
어느 수험생은 휴대폰을 들고 들어갔다고 뉴스 한꼭지를 장식할 것이다.
작년 이맘떄,
애타며 긴장했던 시간들이 다시금 떨림으로 다가온다.
이미 대학생이 되어 곁에 앉아 옛이야기를 하듯이 슬금슬금 웃고 있는
세현일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쓸어내린다.
유치부때부터 보아왔던 진혁이,
주일날 찹쌀떡을 건네며 편지를 놓친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늘 아들같고 믿음직한 녀석이 모든 실력을 발휘할 것을 기도한다.
먼 곳에서 애쓰며 시험을 대비할 성재,
부모님의 기도가 있으니 걱정이 덜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하나님께서 그 아들의 모든 순간들을
지켜주실 것을 기도한다.
종현이와 조은이와 스물두명의 고3들..
내일아침 챙길 것을 챙기고 버릴 것을 버리며
가뿐한 마음으로 걱정과 염려는 하나님앞에 내려놓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어디 그 녀석들 뿐이랴.
전국에서 떨림으로 시간을 버틸 모든 수험생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시험에 임하며
시험을 망쳤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것인양 착각하며 목숨을 버리는
어리석은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으면 좋겠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기억하며
참고 견디며 스스로를 이기는 길이 참다운 인생을
살아내는 지혜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날씨와 좋은 컨디션과 좋은 기억력을 위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