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인아

입학식

여디디아 2024. 4. 18. 17:32

                                                                           처음으로 등교한 김인아

 

                                                                                학생입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 카랑코에

                                                                      할머니께 점심을 차려 드렸어요!

 

 

                                                                    설겆이도 직접~~ 생애 첫 설겆이

 

 

지난 설날에 우리 김인아는 신바람이 났었다.

철이 들고 가장 많은 현금을 받은 날일 것이다.

3월 2일 입학을 앞두고 맞이한 설날,

할머니 할아버지는 세뱃돈과는 별도로 도톰한 봉투를 축하선물로 주셨고,

작은엄마와 작은 아빠는 생애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인아를 축하하며 각각 봉투를 준비해 주셨고,

이미 오래전에 책가방을 예약하신 외할아버지도 책가방 가격보다 넘치는 현금으로 주셨음을 알고 있다.

이모할머니(이현숙)가 입학을 앞둔 인아에게 도톰한 봉투까지 선물로 주셨으니...  

 

입학식 하는 날, 오전에 사무실 문을 닫아걸고 입학식에 참석하자느니, 사무실 문을 닫는 것 까지는 좀 심하니 나만 다녀오겠다는 것으로 합의까지 봐 놓은 상태였는데...

 

무슨 전선의 이름같기도 하고, 감기약 이름 같기도 하고, 반도체 부품의 작은 나사 이름 같기도 하고, 여름이면 줄을 지어 달려오는 태풍의 이름 같기도 한, 코로나 19는 우리의 일상을 여지없이 흩으려 놓았다.

 

일주일쯤, 늦으면 한달쯤 미뤄질 줄 알았던  입학식은 완전히 날아가고 몇 번의 연기 끝에 5월 27일 수요일에 첫 등교를 했다. 

등교를 앞두고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로 인해 또 연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이번엔 확실하게 등교한다는 소식을 점심 식사 중에 들으며, 서방은 눈물을 흘렸고 내 가슴은 두근반서근 반 합이 여섯 근이 되었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인아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이른아침에 달려가겠고 하니  아침엔 들여보내기만 하니 하교시간에 오셔서 인아를 데려오시라는 성희의 말에 순종하여(?) , 출근 후 급한 것을 마무리하고 10시 40분에 용인으로 달렸다.

12시 40~50분에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신다고 하여 12시 10분에 교문 앞에 도착하여 기다렸다.

시간이 다가오자 젊은 엄마들이, 학부형인지, 이모인지 고모인지 종잡을 수 없는 엄마들이 모여들고, 할머니들이 대여섯, 아빠가 한 분이 와서 교문 앞에 대기한다.    

젊고 이쁜 엄마들이 기다리는데 인아는 늙으수레한 할머니가 기다리니 인아가 실망을 하면 어쩌나.. 마음 아프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12시 40분이 넘어서자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교문 앞으로 나오신다.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나오는 인아를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인아 또한 얼마나 좋아하며 기뻐하는지,

선생님 손에서 벗어나 둘이서 교문 앞에 주저앉아 끌어 안으며 기뻐했다는 소식이다. ㅎㅎ

나를 본 인아의 첫 마디...

"할머니 우리 아빠 오면 할머니 갈 거야? 오늘 안 가면 안 돼? 나도 남양주 가고 싶다.

 할머니, 우리 남양주로 휙 돌아서 집으로 올까?" 란다.

남양주가 분당쯤에만 있어도 좋을 텐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리 붙었는지... 쩝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고, 점심은 짜장밥과 어묵국을 먹었으며 화장실은 친구들과 함께 갔다 왔다는 일,

가장 바른 자세로 김인아가 뽑혔다니 아마 평생 바른 자세의 김인아가 될 것이란 생각에 흐뭇하고 대견하다.

선생님께 들은 첫 칭찬이 인아의 인생에 영양가 넘치는 거름이 될 것을 안다.

각자 소개를 하는데 인아는 부끄러워서 못했단다. 선생님이 속으로 열 번을 하라고 했다니...

시간이 지나면 부끄러움 없이 발표도 잘할 것이란 생각이다.

"인아야, 학교에서는 부끄러워하면 안 돼. 선생님께 씩씩하고 똑똑하게 말씀드려야 해" - 할머니의 말

"인아가 부끄러웠구나. 그럴 수도 있지" - 아빠의 말  

(교육방법이 이렇게 다르구나, 좀 부끄러웠다. 아니 내가 배운다).

 

오월의 화려한 햇빛이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으니 배가 고프다.

며느리의 냉장고를 예의 없이 열어보니 먹을 것이 마땅찮다.

배고프다는 말에 인아가

"할머니 내가 밥 차려줄게. 조금만 기다려"라며 밥솥을 열어 검정쌀이 섞인 밥을 퍼담고 냉장고를 뒤져 제육볶음을 찾아 전자레인지에 몇 분을 데워야 하느냐며 야무지게 데운다.

배추김치 괜찮으냐는 말에 싫다고 하니 김밥을 싸다 남긴 것 같은 단무지를 내밀기에 하나만 달라고 하니 두 개를 꺼내어 접시에 담아준다.

 

인아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려는데 굳이 설겆이도 자기가 하겠다며 꼼짝 말고 있으란다.

"할머니는 맨날맨날 설겆이 하니까 오늘은 인아가 할 테니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말은 준경이가 지엄 마한 테 하던 말인데... 이게 뭐지?? 

이 뭉클하고 내 것 같은 느낌은 느낌적인 느낌일까?

 

그릇 세 개와 수저 한벌을 씻는 동안 물은 1톤 정도 들어가고, 트리오는 한 컵 정도 들어가고, 할머니 마음은 긴 가뭄을 만난 여름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거실 바닥에 흐른 물을 닦느라 허리까지 아파오는데, 스스로 흐뭇하고 할머니를 위해 점심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는데 대해 행복해 하는 인아를 보니 아무것도 말릴 수 없고, 말려도 안된다.

설겆이를 끝낸 인아 왈,

"내가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고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라고...

 

눈물이 흐를 만치 감사하고 감동이다.

내가 가장 힘들 때 하나님께서 선물인 듯이 인아를 주심으로, 그만 살고 싶은 마음에 위로를 주시고 소망을 주신 하나님,

인아를 통하여 다시금 삶의 기쁨과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어느새 학생이 되고 할머니를 위해 밥을 차려주니 이런 기쁨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말이다.

 

아들보다는 다르고, 며느리보다 다르고,  동생 보다 다르고, 조카 보다 다른 것...

딸이 엄마에게 이런 존재일까?

어쩐지 나를 온전히 알아줄 것 같고 이해할 것 같은, 무엇이든 내 편에 서 줄 것 같은 든든한 마음은 나의  욕심일까?

인아가 어서 커서 둘이서 여행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브런치도 먹고, 좋은 책을 골라 주고도 싶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그런 때가 오기나 할까?

 

반차를 낸 주현이가 인아를 데리고 볼일을 본다고 집에 도착하자 "할머니 안 가면 좋겠다 "며 울먹이는 김인아..

너로 인한 나의 행복은 오월의 햇살같이 따사롭고 유월의 바람처럼 보드랍고 폭신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김인아의 첫 등교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며...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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