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가족여행(남편칠순기념)

여디디아 2024. 2. 14. 14:44

언니를 만나자마자 떨어지지 않는 지유
비행기 안의 자매
인아가 가족 팔찌를 만들어왔다.
어느 별이니?
여자끼리...
큰아들가족
남자끼리...
작은아들가족

 

서커스 관람

 

세월이 빠른만치 사람 살아가는 순간도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지난 12월 30일, 남편이 일을 하다 사고가 생겼다.

며칠간 연말연시를 앞두고 눈코가 어디에 붙었는지 알 수 없을만치 바쁜 일들이 이어졌던 날이라, 연말을 맞아 나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아침 TV에 얼굴을 붙박은 채 게으른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찍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나간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고, 황당한 말을 하는 남편에게서 나는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현수막을 게시하다가 바람이 불어 놓치는 바람에 사고를 당해 쿵~ 했고, 정신을 잃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병원에서 뇌진탕 판정에 이어 조카가 있는 아산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아들이 연차를 내어 아빠와 동행을 하고  3주가 지난 화요일 동생부부가 사무실을 지키고 내가 동행을 하여 아산병원을 다녀왔다.

아직 완전히 낫질 않아 1개월 후 다시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그렇게 연말연시를 오락가락 보내고 맞이했다.

연말이라 아이들은 남은 연차를 쓰기 위해 홍콩으로 마카오로, 강릉으로 제주도로 처갓댁과 여행 중이었고, 아들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처리하다 보름이 지난 후에야 아이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혼이 났다. 

 

남편이 가끔 그런 말을 했다.

"나는 평생 일만 하다가 죽나 보다" 라고...

평생을 한량(백수)으로 살다가신 부모님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애를 쓴 남편의 수고를 잘 안다.

그래서 그건 '나와 자식들 탓이 아니라 부모 잘못 만난 당신 탓'이라고 정답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사고를 당하고 나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느껴졌다.

 

아빠의 칠순을 위해서 작년부터 아이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4년 전부터 며느리들과 시아버지가 월 5만 원씩의 적금을 붓고 관리는 내가 하고 있었다.

남편이 베트남에서 해산물을 먹고 싶다는 말에 아이들이 베트남에서부터 일본을 검색하고 지유가 어리다는 이유로 봄쯤에 제주도로 계획을 한다고 하더니 괌으로 결정했다고 12월에 통보했다.

돈이 부족할 것 같아서 내가 100만 원을 찬조하겠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부모님께 자식노릇하느라 정작 자식에게 부모노릇은 제대로 하지 못한 부모가 되고 말았다.

내 자식이야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남의 자식인 며느리들에게 늘 미안하고 민망하다.

그런데 큰돈을 들여서 여행을 하려고 하니 더더욱 면목이 없다.

명절이 아니면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남편과 둘만의 여행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훨씬 값진 여행이기에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도 아깝지가 않다.

모든 경비를 내놓아도 며느리들이 합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먼저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하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말이다.

 

뇌진탕도, 뇌출혈도 잊은 채로 명절을 기다리는 것은 평생 꿈도 꾸지 못했던 괌,

온 가족이 함께 떠날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 때문이다.

이틀 전부터 이미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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