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결혼기념일

여디디아 2018. 12. 11. 17:00

 

 

세현이가 보낸 꽃바구니

성희가 보낸 케잌

 

5개월이 된 지유

인아

인아의 작품

 

 

 

결혼 35년

몇 년인지도 잊어버려 주현이의 나이를 계산해야 하고, 지난 결혼기념일을 들추어내야만 했다.

지난해 오늘은 정말 힘들었던가 보다.

그때의 내 마음이 오롯이 기억된다. 지나간 일임이 감사할 뿐이다.

 

결혼 35년이 되어서야 오롯이 '나'로서의 내가 되나 보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빠졌고, 먹고 사느라 아등바등 했었고, 좀 여유가 있어지나 싶을 때

치매 시부모님을 통해 삶의 쓴 맛과 단 맛을 동시에 맛보았고 추락할 수 있는 데 까지 추락도 해보고, 끝모를 나락으로 이어 수렁에까지 빠져  진흙탕을 뒤집어 쓴 채로 뒹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유의 몸이다.

돌아보니 정말 모든 것이 한 순간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발 밑에서 숨죽이는 동안 목숨 줄은 시간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끝없이 펄펄 끓던 열정도 식어지고 폭탄 같았던 성질도 잘 절여진 배춧잎처럼 절여졌음은 감사할 일이다.

올 6월에 저 세상으로 떠나신 시아버지,

이젠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두 아들,   

그리고 선물처럼 주어진 인아와 지유는 식어가는 내 마음에 꽃을 피우고 꺼지지 않는 기쁨의 샘물로 남는다.

 

며칠전부터 서방이 뭘 갖고 싶으냐고 성화이다.

남의 집 남편들은 알아서 포장된 선물 꾸러미를 들이밀어 아내의 가슴을 팔딱거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어째 평생을 알아서 하는 선물이란 것이 없고 일일이 내 의사를 물어야 하는지..  이미 포기했지만 닥칠 때마다 답답하다.  

무엇을 받아야 하나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나 아닌 모든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백 단위이상의 명품백을 생각하니...그 까짓거 빈 가방 있으면 뭐하나.

목걸이나 귀걸이나 팔찌.. 보석을 생각해보니 딱히 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서랍 속에 넣어두는 거... 뭐하나..

옷... 여우털인지 양털인지, 코끼리 가죽인지 고양이 껍데기인지... 그까짓거.. 입을 일도 없다.

그러다가 탁구라켓 러버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거나 하나 사줘라고 했는데...

오늘 낮에 영숙이와 환임이가 나보고 뭐하는거냐고...   현금으로 받아서 러버 구입하라는 소리에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그 돈이나 이 돈이나 ...

 

꽃바구니가 왔다.

인호 할배 진옥 할멈이란 리본을 보니 할머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복되고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가 싶어진다.

정말 몇 년만에 받아보는 꽃바구니인지.. 모처럼 꽃같은 마음으로 행복해진다.

성희가 보낸 카드와 케잌이 배달되었다. 

해마다 잊지 않고 보내는 성희가 고맙고 감사하다.

딸이 없어도 오늘은 괜찮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받으니 감사하고 기쁘다.

 

결혼 35년

아들 둘과 며느리 둘, 그리고 사랑하는 손녀 둘..

서방이 하나 더 있어야 딱인데... 쩝~~

 

눈발이 희끗하다.

내 머리에 내려앉은 세월의 눈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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