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

여디디아 2015. 3. 7. 10:36

"그러나 때가 오면, 너희는 다 흩어져서 나를 혼자 버려두고, 각자 자기 집으로 갈 것이다.

벌써 그때가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 아버지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일러두는 것은 너희로 하여금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서 너희는 많은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담대하여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복음 16장 31~33절)

 

도대체 이 갱년기의 끝은 어디일까?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갱년기의 증상,

직장생활을 할 때, 밤새 잠이 오지않아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이것이 갱년기란 사실을 몰랐고,

평소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내가 출근길에 춘천까지 내달리고 싶고 삶의 의미가 조금의 가치도 없고 눈을 감으면 모든게 끝인데 이렇게 살아뭐하나.. 하는 우울한 마음이 들때도 그저 날씨탓이려니, 나이탓이려니...했었는데,

시도때도 없이 분노가 치밀고, 별것 아닌 일에도 성질이 화산이 분출하듯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끓어 오르는가 하면 다스릴 수 있는 샘물같은 여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도 없을 때,

우리집 세 남자는 비상사태가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방은 눈치 살피느라 동분서주했고, 연애중인 주현이는 성희에게 이야기를 해서 석류가 좋다는 말에 꽤 비싼 "아침에 석류"라는 액즙을 사왔고, 세현이는 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여 엄마와 대화를 하고 이해를 해야한다는 결과를 얻어서 시간이 되는데로 대화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나를 안심시키는, 세 남자 모두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다.

세 남자의 노력을 보니 스스로 이겨야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갱년기가 큰 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기도하며 우울증을 극복했고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밤만되면 말똥거리는 불면의 밤만은 정말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해쯤, 겨우 잃어버린 잠을 찾았나했는데 아직도 밤은 때때로 나를 기와집 10채를 짓게 만들고 오지 않은 장래걱정을 미리 염려케 하고, 하다못해 남의 집 일까지 걱정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수요일 밤, 예배 후 찬양연습까지 마치고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10시반이 되어 퇴근을 했는데 몸은 이미 만신창이라 잠이 쏟아진다. 잠이 오는 때에 빨리 자려는 생각에 12시에 잠이 들었는데 2시가 못미쳐 잠이 깬다.

자리에서 억지로 잠을 청해도 잠은 다시 나를 찾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기어코 거실로 나와 TV를 켰다. 

TV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금방 졸리기 때문에 이 방법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마져도 이젠 먹히질 않는다.

케이블에서 "친구2"를 하기에 밤과 새벽이 이어지는 시간에 혼자서 영화 한편을 보다가 채널을 기독교 방송으로 돌렸다.

마침 온누리교회 새벽기도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잠을 이루지 못해 어질어질하여서 운전을 하기도 겁이나서 온누리교회 새벽기도회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했다.

 

그때 목사님의 설교가 이 말씀이다.

사순절 기간이라 예수님의 공생애 시간의 끝을 알리는 말씀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로마 병정들에게 잡히기 전, 제자들과 함께 하시는 내용들이다.

'이제 곧 너희가 나를 버려두고 흩어져 집으로 갈 것이며 그런 너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평안을 누리길 원한다.

너희가 살아가는 세상이 환란과 핍박과 고난이 많을 것이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는 내용이다.

 

설교를 듣는중에 내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흐른다.

예수님은 믿는 성도들이 세상에 살 때, 늘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시질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삶에 아득한 광야가 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홍해가 가로막고, 끝이 보이질 않는 여리고성이 눈앞에 서 있고,

바라보기만해도 움추러드는 골리앗이 버티고 있음을 말씀하신다.

믿는 사람들의 삶이 날마다 형통하고 시도때도 없이 감사와 기쁨이 넘친다면 우리가 나서서 전도할 이유도 없다.

이런 고난이 있을지라도 이 모든 것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주가 되시기에 나 또한 세상을 이겨야 하지 않을까.

 

엘리베이터에서 현관까지 한바케스의 물을 부어놓듯이 오줌을 싸시는 시어머니,

5분도 되지 않아 잊어버리시고 끝내 샤워도 하시지 않겠다고 우기시는 어머님,

그런 시어머니에게 단 한마디의 말씀도 없으시고 소변을 닦을 생각도 않으시는 아버님,

염색약을 드시고 맛이 쓰다며 나에게 권하시는 어머님,

설겆이 통에 머리를 감으시고 물컵에 틀니를 담으시는 것은 태반이 되신 어머님,

방에 걸어둔 옷이 없어졌으며 며느리인 내가 훔쳐갔다고 밤내내 소리지르시는 두 분들.

처음 몇번까지는 환자려니 생각을 하다가도 한시간 이상이 되면 나도 참을 수가 없다.

 

이것이 지금 내 앞에 놓여진 홍해이며 여리고성이며 광야란 말인가.

예수님이 세상을 이기셨듯이 나 또한 이 모든 것을 이겨야하는데 벅차다. 너무 벅차다.


점심시간에 치앙마이에서 선교하시는 신일호선교사님 부부가 오셔서 점심대접을 했다.

선교사님이 아침에 말씀을 묵상하시는데, 예수님이 제자들과 빈들에서 나가셔서 설교를 하시고 때가 되어 무리들에게 먹일 음식을 찾으실 때, 제자들이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개 뿐이라고 했을 때,

예수님이 너희가 주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아침에 받으셨는데, 나를 보니 생각이 나신다고 한다.

 

빈들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너희가 주라...

 

나는 성질도 개떡같고 착하지도 못하고 긍휼하지도 못하다.

참을성도 없어서 다혈질이고 남을 배려하지도 못하는 이기주의다.

 

명절이어도 아들 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시동생과 시누이들을 볼 때 화가 치솟고,

어느한번 고생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너지 않는 시동생과 동서, 딸들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지난토요일 시누이네 결혼식에서도 작은 아들과 시누이가 식사시간에도 모처럼 뵌 부모님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자기네 식구들만 거두어 먹이는 꼴 또한 같잖다.

집에서 매일매일 챙겨드리는 식사를 여기서도 우리만 감당해야 하는 것도 화가나고 모처럼 자유롭게 식사도 못하는 서방을 보니 안쓰럽고 불쌍하여 기어히 내가 거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치가 떨리게 싫고 밉다.

오죽하면 자식들에게 저런 대접을 받는가..싶어져서 시부모님들 또한 원망스럽고 우리부부의 몫임이 또한 억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극진히 사랑하신다.

선교사님을 통해서, 새벽기도회를 통해서, 나를 깨닫게 하시고 깨우게 하시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사명을 깨닫게 하시는것을 보면 분명 나를 사랑하심으로 세상을 이기고 난 후, 천국에서 상급으로 갚아주시리란 보장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치미는 성질과 화를 가누지 못하고 서방을 볶고 시부모님께 곁눈질을 하고 따뜻한 마음대신 백봉산에 남아 있는 잔설처럼 차가운 내 마음을 보낸다는 것을 고백하자.

 

또한 그런 나에게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간섭하심으로 나는 오늘도  속절없이 웃는다.

하하하하~

봄햇살이 나를 그런 나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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