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팔자 시간문제"라고 했던가!
자손대대로 잘 먹고 잘 살며 남을 깔아뭉개고 살 줄 알았는데 그새 폐업이라니.. 황당하다.
어제 점심시간에 10년이상을 함께 일하던 옛동료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 문 닫는데요. 오늘 점심시간을 끝으로 모두가 끝났어요"..
16년간 몸과 마음을 바쳐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던 회사를 그만두던 날,
퇴근 길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난 좀 울었다.
'내가 바라던 것은 이게 아닌데.. 16년간의 끝이 이런 모양새는 아닌데..' 싶어서였을게다.
후유증으로 인하여 몇개월을 미친듯이 지냈지만 허전한 마음은 반쯤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허둥대게도 했었던거 같다.
아침이면 다시 출근해야 할 것 같았고,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침대에서 둥글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던 것 같다.
7년간의 퇴직금을 4개월에 걸쳐서 3년치를 받았을 때, 남은 4년의 퇴직금을 미련없이 포기했을 때,
그때부터 情을 완전히 떼기로 했을 것이다. 아마..
16년동안 어찌되었든 그로인해서 우리집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었던 까닭에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도 형통하기를 바랬었다.
가끔 밉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또한 분노도 했지만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을 기억하고 '원수갚는 것은 내게 있으니.."라는 말씀을 의지하며 굳이 저주를 할 마음도 없었고 악담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1년이 겨우 지난 지금 폐업이라니..
내가 한 역할은 품질관리와 문서관리와 원부자재관리와 입출고관리와 그리고도 모자라 인사관리까지였다.
물론 인사결정권은 사장님이 하셨지만 사장님은 사람에 대해 내게 물어오셨고 나는 가감없이 그 사람에 대해 말씀드림으로 회사에서 쓸 사람과 진실하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기도 했었다.
내가 회사를 나온지 두어달만에 함께 일하던 정진씨가 공장장과 다툼으로 뛰쳐나오고, 6개월후에 우진이와 전명옥언니가 월급문제로 사장님과 타협이 되질 않아서 사직을 하고 말았다. 우진이와 전명옥언니는 모자간이었는데 사장님이 16년간 일한 분에게 고용보험도 탈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함으로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정진씨와 우진이, 명옥언니도 내가 있었으면 충분히 설득하고 타협했을 것이다.
일본수출건에 불량이 생기고, 하나둘씩의 불량율이 점점 높아짐으로 급기야 일본에서 수입을 중단했으며 그로인하여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별로 큰 이득이 없었지만 명맥을 유지할 만큼은 되었으니까.
내가 근무할 때만해도 일본에서 이런 우수한 품질이 있었다니..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미 몸과 마음이 떠난 직장이지만 막상 폐업이란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겸손한 마음으로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지 않으면 결국은 실패할 뿐이란 것을 진작 알지 못했을까.
정말 사람팔자 시간문제다.
흰눈이 펄펄 내리는 겨울 낮..
마음까지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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