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몹시 추운 날이 이어진다.
아침 저녁으로 강수학 학원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세현이를 위해서
어제는 퇴근길을 좀 서둘렀다.
날씨가 많이 춥기 때문에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면 버스 정류소가 멀기 때문에
어린 것이 고생이다 싶어서 마티즈를 가져가라고 했다.
혼자서 식사를 마치고 자동차 키를 받으면서 한마디 한다.
"오늘저녁에 치킨이나 한마리 먹을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가 한턱 쏘겠다는 뜻이다.
월급이 언제인지, 얼마를 받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세현이의 통장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용돈을 한푼도 받아가질 않고
학교에 들어가는 사소한 돈은 자기가 모두 해결하니 늘 고맙고 대견한 세현이다.
또한 구두쇠라 돈을 절대로 헛되이 쓰지 않는다 .
그런 세현이가 치킨을 산다고 하니...
평소에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세현이가 산다고 하니 맛있게 먹어야지..
싶은 마음에 저녁을 달랑 한숟갈만 먹고 기다렸다.
9시가 되어 세현이가 돌아오고, 치킨이 주문되고..
저녁밥을 넉넉하게 먹던 남편은 먹기 싫다고 손도 대지 않는다.
'오늘 우리아들이 치킨 사준다고 했는데 난 꼼짝않고 앉아서 먹기만 해야지'
치킨을 다 먹은 후 세현이도 엄마옆에 나란히 앉는데
신랑이 한마디 거든다.
"야, 먹었으면 치워야지,
엄마는 오늘 꼼짝도 않는다고 했으니 네가 치워야지"
TV에선 대학생들이 스키장에서 알바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거실바닥엔 닭뼈와 콜라병과 컵과 단무지 플라스틱과
튀김가루가 이리저리 널려있고...
두 남자와 한 여자는 소파에 앉아 나란히 TV를 보는척 하고..
가끔 난 휴대전화가 참 좋다.
하루종일 별로 울리는 일은 없지만 집에서 요긴할 때가 많다.
침대에 누워 물이 마시고 싶으면 주현이나 세현이에게 전화를 한다.
발신자 표시가 없었을 땐 이 녀석들이 낼름 전화를 받더니
발신자 표시가 나타난 후로는 받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지..
집으로 전화를 한다는 거...ㅋㅋ
앞에 널브러진 닭들의 시체가 보기 싫어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그리고 난 후 신랑이 중얼중얼 거리며 뒤치다꺼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