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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 - 집으로 돌아오다

여디디아 2005. 2. 21. 15:16
 

   집으로 돌아오다


●로버트김후원회 엮음    ● 한길사                  ●이 진 옥



 어느 날인가, 텔레비전 뉴스에서 로버트 김이라는 분의 낯선 이름과 스파이라는 영화에서나 들음직한 단어들이 요란하게 오르내렸다. 영어에 둔하기도 하고 어느 교민의 이야기려니 싶어 무심히 지나는데 ‘스파이‘라는 007영화속에 나오는 낯설은 단어는 자꾸만 나를 텔레비전앞으로, 신문기사의 란으로 잡아 묶고 있었다.

 정치나 외교 더구나 생각만으로 이미 머리가 띵한 국방의 문제는 나와는 별개의 일이었음에도 조국을 위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그 일로 인하여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은 한낫 가정주부에 불과한 나를 무심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턴가, 정치에 관심이 가게되고 로버트 김이라는 분의 억울함과 원통함과 분함에 동참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그 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텔레비전을 보면서 혀를 차는 일이고 신문을 읽으며 무관심한 정부의 높으신 분들에게 씩씩대며 눈을 흘기는 일 뿐이었다.

 잊을만하면 다시 뉴스를 통해, 신문지면을 통해서 들려오는 그 분의 소식은 늘 나로 하여금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했고, 이 땅의 높으신 분들을 향하여 불신을 키우게 했다.

 집에서 가까운 수동의 에덴요양원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을 감던 그의 아버지 고 김상영 옹의 죽음과 뒤를 이은 어머니의 죽음조차도 신문으로 확인하는 그 분에게 조국은 늘 침묵했고, 강대한 미국은 침묵하지 않음으로 그를 옭아매던 현실..

 아직은 매인 몸이라 책을 집필할 수도 없고, 여행을 갈 수도 없는 로버트 김,

그래도 그를 잊지 않고 열심히 섬기는 손길들의 수고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다’라는 책이 출간되었을 때, 참 기뻤고,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그늘을 찾기에 바쁘고, 물을 찾기에 정신이 없는 날들, 한 권의 책으로나마 그 분을 만난다는 사실에 환호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표지에 온화한 얼굴에 맑은 하늘같은 웃음을 웃으며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로버트 김의 사진을 들여다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김채곤, 로버트 김,

 그는 한국에서도 명성을 떨치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당시 부친인 고 김상영은 한국은행 부총재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의 아래로 몸이 성하지 않은 김형곤이라는 동생이 있었고, 어머니는 병중에 있었다.  병환으로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를 맞아 김채곤과 동생은 할아버지네서 생활을 했고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부터 새어머니와 함께 생활을 했다. 어린시절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던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말라 했고, 이후에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며 살았다.

새어머니에게서 현재 전남 여수의 국회의원인 김성곤과 동생들이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가난한 조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보다는 미국이란 강대한 나라에서 가난한 조국을 위해 보탬이 되고자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를 전공하고, 1970년에 NASA(미 우주항공국)에 입사했다. 거기서 4년간 근무하다 1978년부터 1966년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 onI(미 해군정보국)에서 19년동안 컴퓨터 전문가로 일했다.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아내 장명희 여사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둔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을 이루며 신앙안에서 평화로운 가정을 꾸려가며, 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조국에 대해 힘이 되고자 애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기독교 신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그는 평화주의였다. 다툼을 싫어하고 세상에 대한 증오나 욕심도 없고, 하나님은 내게 과분한 것을 주셨다고 겸손해하는 모습처럼 그는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한국의 백동일이라는 대령을 만남으로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백동일대령은 조국을 위해 보탬이 되고자 하는 그에게 해군정보국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정보를 부탁했고, 그는 정치적인 비밀이 아닌 우방국으로서 전할 수 있는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다. 그 정보로 하여금 미국이 위험에 처할 일이 아니었으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는 미국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일임으로 그는 약소국인 조국을 위해서 자신의 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여서 백동일 대령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어느 국가이든 공무원은 청렴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물질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도 국가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기에 FBI의 오랜 미행도 눈치채지 못했고, 백동일 대령의 이상한 행동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었다.

 오로지 조국을 위해서, 가난한 조국을 돕겠노라던 그의 애국심이 결국 그를 스파이로 몰아갔고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그의 인생은 그때부터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언론마다 그를 스파이로 몰아 부쳤을 때, 우리나라에선 무얼 했던가,

 김영삼 대통령은 두 번이나 미국에게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쩔수 없다’라며 돌아섰고, 김대중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함으로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말았다.

 그 후로 한번도 만날 수 없었던 백동일 대령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며 지내고 있을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금껏 침묵하는 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로버트 김, 그는 7년 동안의 형기를 마치고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있다.

 그가 7년동안 긷힌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동안, 그는 직장을 잃었고,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아들은 아버지로 인해서 취업마져 실파하고 말았다. 아직 어리던 딸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엘 가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젊고 푸르던 아내는 백발이 되어버린채 관절염으로 고생하며 생활고 때문에 냉장고를 붙들고 하나님앞에 눈물뿌려 기도하는 형편이 되었다. 텅 빈 냉장고를 붙들고 기도하는 아내를 생각하는버트 김의 마음은 어땠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후부터 쌀이 떨어지면 어느 교민이 쌀을 가져다주고, 김치가 떨어지면 어느 교우가 김치를 가져오고,,, 사르밧과부의 밀가루 독처럼 텅 빈채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그들은 감사하며 살아간다.

 교도소에서의 모범적인 생활은 오로지 형기를 줄이고 빠른 시간안에 집으로 오기 위함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의 생활을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 또한 날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와 말을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든 미워하지 않으려고 기도한다는 그의 믿음앞에 난 부끄러울 뿐이다.

 일주일간의 노둥으로 주일은 집으로 올 수 있었던 날들,  대문앞에 던져진 신문을 집어들 수 없을만치 그의 자유는 묶여 있었고, 주일을  다시 교도소로 들어갈 때 그가 느꼈던 수치심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 의해 벌거벗겨진다는 건 기를 죽이기 이전에, 너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무언으로 압력을 주는 것 외에, 너는 사고하고 행동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또 하나의 묵계인 것이다.’(p.18) 

 간수앞에서 늘어진 생식기를 들어 보이며, 모든 구멍마다 열어 보여야 하는 모욕감, 그는 그것들을 견뎠다. 더러운 순간들을  견뎌내는 순간들도 우리 정부는 관망하고 있었다니...

 지금도 그늡지 못한 구속의 몸이다. 교회에 가면 교회에 간다고 전화하고, 도착했다고 전화하고, 집으로 간다고 전화하고, 집으로 왔다고 전화하는...

그럼에도 그는 단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하나님에 대해서 불평을 쏟아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성숙한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나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다스려 보지 못할 것은 보이지 않게 하시고, 듣지 않을 것은 들리지 않게 하시고, 말을 말아야 할 것은 생각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를 이렇게 묶어두고 자유를 빼앗고 단란한 생활을 빼앗은 이들을 이제 용서하겠다고 한다.

 ‘내가 믿는 나의 하나님은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시는지,그분의 뜻으로 내가 하나의 씨앗 되어 땅에 떨어지면 추수 때에  많은 알곡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라고 답답해 하는 로버트 김,

 우리가 더위를 쫓아다니는 지금도 그는 먹을 것을 위해서 염려하며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를 병원에조차 데려가지 못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장을 넘긴 순간까지 휴지를 풀어내어 눈물을 닦고 코를 푸느라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쓸어낼 수도 없다.

고난의 시간들을 믿음으로 극복하고 자신을 배반한 국가를 여전히 사랑하는 로버트 김, 그를 위해서 기도로, 물질로, 시간으로 도와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로 하여금 희망을 보며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는 그의 말에, 하늘을 닮았다는 작가의 표현이 얼마나 적확한지를 깨닫는다.

 이제 우리가 그를 도울 때이다.

 책 한 권을 읽음으로 그에게 물질로 돕고, 한번이라도 간절한 기도를 드림으로 그에게 응원을 보내며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담아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