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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에게..

여디디아 2005. 2. 21. 15:13
 

사랑하는 우리세현아!!

비가, 봄을 보내고 여름을 데려오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잠시 자동차 의자를 뒤로 젖히고 20여분간 잠을 잤다.

난 비오는 날, 자동차 안에서 빗방울이 자동차 유리창을 톡톡 때리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자동차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듣기에 참으로 좋더라. 의자를 뒤로 길게 뺀채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가, 노래하듯이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다가 설핏 잠이드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단다.

어쩌면 그러리라.  집에서 17층을 타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편채로, 책에다 얼굴을 쿡 쥐어박은 채로 잠이드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데 그럴수 없음을 이유로 자동차안에서 살며시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어려서부터, 세현이보다 더욱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비가 마흔을 넘기고, 지금 마흔다섯의 아줌마가 되어도 비가 좋단다. 훗날, 주현이의 아이가 나보고 ‘할머니’라고 부를 때, 세현이가 낳은 아이가 ‘할머니’라고 부를 그때까지도 비를 좋아하겠지? 

창을 열면 창밖에 찔레나무가 비를 맞으며 여름을 준비하고, 찔레나무 옆에서 조팝꽃이 또 비를 맞으며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구나.

오고가는 세월속에서 우리 세현이도 세월을 거스리지 않고 몸이 자라고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구나.

곤색의 넥타이가 너를 어른스럽게 하고, 흰 와이셔츠가 너를 멋진 청년의 모습을 예고하고 까칠하게 빗어넘긴 머리결이 반듯하게 자라는 너의 인격을 나타내는구나.

세현아!

엄마는 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열심히 해도 중간쯤에 머문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 정말 염려했었다. 화광에선 대충을 해도 일등을 놓치지 않았는데 여기선 중간이다라고 말했을 때 은근히 염려를 했었단다.

고마운 것은 선배 누나들이 너를 염려함으로 격려해주는 글을 볼 때 마음이 놓이기도 했었단다.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너의 모습이 엄마는 기이하기만 하구나.

세현아!

책상위에서 빨갛게 물들여진 종이에 예쁜 여학생의 편지를 보는것과 텔레비젼 옆에서 노란 편지지에 써진 편지를 볼 때, 엄마는 얼마나 기쁜지. 마치 지난해 입었던 옷을 다시 입기 위해서 옷장에서 꺼냈을 때,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빠닥한 새돈이 한 장 들어있을 때의 기분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기분이 설레고 마음이 뿌듯하단거 너 모르지?...

사랑하는 세현아!!

아빠는 저녁이면 네 와이셔츠를 다림질하기에 바쁘시단다.

네가, 사랑하는 세현이가 이 옷을 입고 멋진 모습으로 등교하길 바래고 멋진 모습으로 공부하길 바래는 마음으로 말이다. 세현인 좋은 아빠가 계셔서 참 좋겠구나라고 엄마는 생각한단다. 그런 아빠에게 실망 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세현이 정말 사랑한단다.

오늘아침, 엄마와 기도할 때 빌었듯이 공부보다 더욱 건강하기를 바랠게.

몸만의 건강이 아니고 바른 마음과 바른 정신을 가지고 훗날에 참으로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엄마는 늘 기도할게.

 언제나 하나님과 사람앞에서 사랑받는 세현이가 되기를 또한 소원하며...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세현일 생각하며 엄마가.

                         이천삼년 오월 육일 오후에 씀.